김나윤 / 철학과 석사과정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생물학계에서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인물이다. 찰스 다윈 이후로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그가 <이기적 유전자>로 잘 알려진 도킨스의 반대편에 선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과학이 어떻게 인간을 잘못 이해해 왔는지 밝히기 위해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이 만물의 척도(measure)’라고 한 말을 패러디한다. 즉 ‘인간에 대한 오해(mismeasure, 잘못된 척도)’는 생물학적 결정론이 기존의 위계체계를 어떻게 정당화하고 필연적인 것으로 합리화시켰는지 폭로하고자 한다.


굴드는 두개계측으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려는 브로카의 시도(제3장)나, 유전자 결정론으로 빈부격차를 해석하려던 터먼의 IQ 측정 실험(제5장), 요인분석으로써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버트, 스피어맨(제6장)과 같은 사례를 제시한다. 객관적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이 같은 측정들은 인종차별이나 빈부격차의 정당한 근거로써 기능해 왔다. 그러나 실제 뇌의 크기와 지능은 무관하고, 터먼의 IQ 테스트는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조작됐음이 이미 밝혀졌다. 이것들은 부적절하고, 지적으로 불건전하고, 고도로 유해하기까지 하다. 굴드가 보기에는 과학자들이 사회와 문화의 속박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과학을 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입장과 태도를 인정해야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경계할 수 있고, 자료를 더 공정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입장들이 부상하는 까닭은 사회적·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저자는 본문 중 <비글호 항해기>에 나오는 다윈의 말을 인용한다.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서 비롯됐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정말 그렇다. 불공평 중에서도 내부에 있다고 잘못 인식되어, 외부에서 부과한 한계에 의해 노력하거나 희망을 가질 기회조차 부정되는 것만큼 심각한 불공평은 없지 않은가.


생물학적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인간을 서열화한 특정 생물학을 ‘인간 집단 사이에 유전적 분화가 두드러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대체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저자는 유전(nature)보다는 환경(nurture)에 의한 교정가능성과 유연성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추고, 그러한 초점은 특히 실체가 없는 것, 이른바 정신 혹은 지능과 같은 것을 물화하려는 과학의 시도들을 폐기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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