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수 /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소말리아 해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해양위협이 됐다. 그 결과 소말리아 해적은 정치적, 지정학적,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인간 안보의 측면에서 인도양 전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양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은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대형유조선과 상선에서 무동력 다우선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적들은 다른 지역 해적과 달리 화물과 선박이 아니라 몸값을 받아 낼 수 있는 선박과 승무원의 생명을 목표로 한다. 이는 소말리아에서 여기는 인간의 생명과 서구에서 여기는 생명의 가치에서 비롯된 차이를 노린 것이다. 국제사회는 소말리아 해적을 해양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해양범죄가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안보위협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해적 발생의 배경


소말리아 해적의 발생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는 육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치겙姸쫨사회 등 다양한 문제들이 혼재돼 있다. 구체적으로 소말리아의 지리적, 전략적 위치, 소말리아 내부의 불안정성, 외국 어선들의 불법어업과 남획, 외국선박에 의한 산업폐기물과 핵폐기물의 무단불법 투기, 경제적 박탈, 치안의 불안과 안보의 부재, 해적에 대한 사회적 인정, 무기와 장비의 용이한 접근성, 그리고 해적들이 성공적으로 획득하는 몸값의 증가가 포함된다.


소말리아 해적은 해양약탈 정치경제의 네트워크화에 성공했다. 부유한 소말리아 기업가들과 해외의 재정 후원자들이 해적 활동을 위한 모선과 소형선박을 확보하고 필요 장비를 갖추기 위한 운용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적 충원과 훈련으로 사용된다. 해적이 받아 낸 몸값의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 이들은 자금을 제공한 세력이다. 이 자금은 소말리아 사회로 유입돼 부동산 투기와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주요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이 지불된 후에, 해적들은 선박 공격 과정에서 각자가 수행한 역할을 기준으로 복잡한 등급에 따라서 배당금을 받는다.


해적 활동의 거점인 항구를 지배하고 있는 무장 세력과 부패한 이슬람 세력, 해적 활동을 지원하고 묵인하는 부족 원로, 피랍 선박에 제일 먼저 탑승하는 공격조, 모선에 남아 있는 공격지원조, 피랍선박 경계조, 인질 보호 관리와 숙식을 제공하는 병참조, 협상 과정 동안 더 많은 몸값을 받아 내기 위해 교란 작전을 수행하는 바람잡이조, 선주와 협상하는 협상조, 런던과 두바이에서 피랍 선박의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조, 선주와 해적 사이의 협상을 중계하는 브로커, 그리고 영어에 능통한 몸값협상조까지 해적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배당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몫을 받는다. 이것은 콩 한 쪽까지 나눠먹어야 하는 ‘히어’라는 소말리아 부족의 전통 때문이다.



해적 조직의 네트워크화


소말리아 해적 활동은 정치적 불만과 경제적 탐욕에서 시작됐다. 소말리아 해안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터전이 바다라는 것을 고려하면 어업자원의 감소와 어장의 박탈, 그리고 외국 선박에 대한 해적 활동은 당연한 결과였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생계형 해적 활동을 절박하고 정당한 권리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소말리아 중앙정부의 지배와 보호,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해안에서 해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해안지역 주민들에게 영해를 보호하는 로빈 후드이며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수익사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소말리아 해적들은 더 이상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규모의 범죄 집단이 아니다. 해적 조직의 방대한 네트워크는 수많은 행위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해적 공격에 개입하고 있는 행위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그 지역의 지형을 잘 알고 항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 어민들이다. 둘째, 공격 배후의 핵심으로 간주되고 있는 전직 해군들이다. 무기와 전술에 대한 그들의 노하우는 공격할 때 유용하다. 셋째, 항해장비와 통신장비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세 집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소말리아 해적은 해적 역사상 가장 유능하고 효과적이고 대담한 조직이 될 수 있었다.


비록 일부 소말리아인들이 해적들의 무기 남용 또는 알콜과 카트(khat: 씹어 먹는 천연 마약)의 과도한 소비 때문에 불평하고 있지만, 많은 주민들은 자금의 유입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이것은 해적 활동의 파생상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회복지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배당을 지불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지역 사회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일자리와 경제적인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키스마요항, 모가디슈항, 그리고 예일항과 같이 국제사회에서 해적 활동으로 악명이 높은 도시들이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했던 것은 해적의 정치경제학적 속성 때문이다. 이 몸값은 케냐의 나이로비와 뭄바사항, 에레트리아 등 소말리아 사회의 부동산 경기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국제적 영향


그러나 소말리아 주변 국가들은 해적 활동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해양안보 불안이 투자와 관광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나쁜 이웃 증후군’의 원인이 됐으며, 보험료 프리미엄 인상과 무역 거래의 우회 및 지연은 주변 국가들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고 있는 이집트는 해적 활동으로 통행세가 대폭 축소됐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획득하는 통행료 수입은 2008년 기준으로 51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36억 달러로 감소됐다. 이것은 관광과 해외송금 다음으로 큰 외환 수입원으로 이집트 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또한 해적 활동은 세계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 2008년에 약 500달러였던 선박의 보험 비율은 해적 활동 때문에 2008년에 10배, 그리고 2009년에는 40배가 인상된 항해 당 2만 달러로 상승했다. 희망봉으로 우회할 수 있는 대체 항로의 거리는 3,500마일이고 항해 기간은 12-15일 정도가 더 요구되고 있다. 보험료 인상, 항해거리 우회, 장시간의 항해는 해운업자, 화주,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유가와 상품 가격 상승을 촉진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에서 전개시키고 있는 소형 구축함 운용비용은 한 달에 130만 달러가 필요하고 일 년 동안 아덴만에서 해군 함대를 유지하는 데는 대략 2-3억 달러가 요구되고 있다. 2012년 2월에 발표된 유엔보고서는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지불하는 몸값은 3억 달러 미만이지만 보이지 않은 경제적인 피해는 7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해적 활동은 육지에 거점을 둔 범죄행위다. 그래서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육지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소말리아 해적 문제와 국내 문제는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국제사회는 지배적인 정치세력을 중심으로만 자원과 협력을 요구했기 때문에 소말리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소말리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TFG의 지원정책, 지역 내 강력한 정치세력 위주의 상향식 지원과 협력, 그리고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사밥의 축출을 통한 국내 치안의 안정 확보를 통해서 무장세력 간의 교착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이정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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