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 이화여대 철학과 외래교수


  아이부터 어른까지 ‘엄마’를 찾는다. 보험 광고에서도 엄마를 찾고 세탁기 광고에서도 엄마를 찾는다. 다쳤을 때도, 옷에 얼룩이 묻었을 때도 제일 먼저 나오는 이름은 엄마다. 엄마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 광고의 중요한 키워드였다. 엄마는 따뜻하고, 헌신적이며 모든 일을 해결해 주는 세상에서 유일한 내 편이다. 이 따뜻한 헌신과 배려의 이미지를 많은 회사들이 광고에 활용하고자 한다. 기업들이 엄마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차갑고 냉정한 회사 이미지를 엄마라는 감성적 키워드로 중화하고 희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녀에게 헌신하듯 우리 회사도 제품에 정성을 다하고 소비자를 가족처럼 돌보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하는 셈이다. 한국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곳에서 이 전략은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안에는 불편한 진실들이 존재한다.

 
 

  광고가 모성을 소환하는 과정은 사실 가정에서 여성의 성역할을 과거로 돌려놓는다는 문제가 있다. 광고 속에서 엄마들은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엄마는 가족들을 돌보는 배려의 존재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들을 위한 헌신과 배려는 중요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오로지 엄마에게만 요구된다는 것이다. 광고들은 배려와 노동이 필요할 때 엄마를 부름으로써 이를 일반화하고 정당화한다. 배려와 돌봄은 여성에게 한정된 역할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자질인데 이 광고들은 엄마들에게만 배려와 돌봄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성을 복고적이고 보수적인 역할에 가둬 놓는다.


  물론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만족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기실현을 위해 엄마 되기를 선택하는 것과 이를 사회가 상찬하고 미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여성을 모성의 존재로 규정하면 이를 택하지 않은 여성들을 비정상이거나 이기적인 존재로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엄마찾기가 실제의 엄마들을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엄마의 미화는 사실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일 리 없다. 우리 사회가 엄마를 찾는 것은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고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헌신과 희생의 키워드로 우리에게 소비되는 타율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를 달래기 위해 엄마 노릇을 자처하지만 이는 실제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광고에 익숙해지면 엄마를 가사도우미로 여기는 이기적인 자식 노릇을 스스로 정당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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