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라는 생소한 개념이 대선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가시적 당선권인 세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무엇 때문에 각기 이념적 지형이 다른 진영에서 공통된 주제를 내세우게 된 것일까. 이는 한국 사회가 그만큼 경제적으로 심각한 불균형에 빠져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경제와 민주화가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두 개념이 병치될 때 사뭇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지금껏 민주화는 정치적 영역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담은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정치의 원리인 민주화를 경제적 영역으로 확대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적 기회와 결과의 형평성을 확보하게끔 조율하자는 것이다. 결국 경제에 대한 민주적인 개입과 통제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의 개념 정의가 다소 모호하기 때문에 해석하기 나름인 측면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제적 기회와 결과의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중적 분노와 정치권은 재벌의 독과점체제와 그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타깃으로 삼는다. 그래서인지 세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 모두 재벌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얼핏 그들의 ‘경제 민주화론’은 대동소이하게 보인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알맹이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중하위층의 소득이 낮아지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공고해졌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최상위층의 소득 집중도 역시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기회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측한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는 곧 재벌 타파’라고 주장하는 세 후보의 논의는 이러한 불평등의 현실적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피력한다. 결국 세 후보 모두 ‘노동’에 대한 정책과 인식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가 부각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벌을 둘러싼 이슈로 제한되거나 소비되어 그들만의 경제 민주화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 약자이자 절대다수인 서민 경제주체들에게도 과실이 돌아가게끔 노동정책의 실효적인 변화를 이끄는 정책과 정치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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