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코너는 거침없는 비판을 위해 익명 투고도 받습니다. 채택된 원고는 소정의 고료가 지급됩니다. 투고: caugspress@gmail.com

 

  조교들, 이들도 분명 학업을 위해 대학원에 들어온다. 조교 없는 연구실과 행정업무를 상상해 보라. 또한 조교제도 없는 대학을 상상해 보라. 교수들은 이들의 도움과 참여를 통해 연구를 하고, 조교들은 제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모교와 이 나라의 대학 수준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에서 균형이 깨진다면 학업을 위해 대학원에 들어온 학생은 그저 한 교수의 수족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이 관계에서는 교수의 배려가 절실하다. 조교가 전자의 도움으로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는 관계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 혜택은 곧 그만큼의 가치를 의미하며,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증거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교는 우선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한편 교수들은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명백함에도, 이러한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고 교수 자신의 결정에 따라 한 인생에 엄청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윤리적인 차원에서 무감해지는 것 같다.

  노동을 통제하는 입장과 통제당하는 입장은 이러한 현실에서 인간적인 한계에 직면한다. 그간 대학원신문과 무구유언, 그리고 최근 중앙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을 통해 조교와 교수 간의 관계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곤 했다.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귀담아 들어보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제도를 바꾸는 문제가 가장 시급할 것이다. 교수들의 인성적 자질은 교수라는 직분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가자. 통제하는 입장에서 통제당하는 입장에 대한 윤리적 의식을 망각하기 쉬운 교수들과, 이를 상대하는 조교들의 협상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조교로서 자신이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기준을 나름대로 세우고, 교수에 대한 일종의 존중심을 유지한 채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협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양자 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은 균형에 대한 문제라 생각한다. 특히 교수와 조교는 사회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인간적인 관계들을 맺어 나가야 한다. 불균형의 원인이 언제나 양자의 책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만약 불균형의 고인 물이 썩어 터져 나온다면 그것은 교수와 조교 모두의 자질 문제다. 민주적 학내 질서에서 교수-조교라는 모호한 관계는 양자의 배려와 약자의 저항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