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 / 철학과 석사과정

 

     
 
경제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가설은 단연 사람들은 계산적인 합리성에 따라 이익과 손해를 따져 행동한다는 호모 에코노미쿠스 개념이다. 이것은 몇몇 상황에서는 들어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는 그렇게 한다고 믿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상식에 맞선다. 또한 책의 제목에는 경제학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그 내용은 경제학적 심리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실험들로 증명하고자 하는 주제와 목표들이 경제학에서 전통적으로 다루던 주제들, 특히 개인의 구매와 소비 행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모든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소유하고 있는 것을 지키는 행위를 선택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실험들은 우리가 행하는 최선의 선택이 여러 조건에 따라서 합리성에 부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이런 선택이 우발적이지 않고 일정한 유형으로 반복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선택과 합리성이 일치하지 않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인간이 조건에 따라 얼마나 다른 행동들을 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내용은 주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한다. 합리적으로 행위해야 한다는 규범을 포함한 여러 윤리적, 경제적 사고들은 실험대상에게 부여된 조건에 의해서 쉽게 포기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인간은 실제로 너무도 쉽게 포기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원하는 경제적 행위를 이끌어 내고 싶을 때, 다시 말해 그의 선택과 윤리성 또는 합리성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결론을 도출하거나, 또는 세워놓았던 여러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심리학적 실험 방법이 쓰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법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 가운데서 경제학 이론의 체계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것들만을 취사선택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조건에 따라 반응하는 인간의 유형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이 특정한 제도나 규범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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