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아 / 경북대 경제학과 박사수료

<Hand with Reflecting Sphere> M.C.Escher, 1935
<Hand with Reflecting Sphere> M.C.Escher, 1935
인간의 삶은 매순간이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에 인간은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대안을 선택하면서 최대한 후회 없는 삶을 영위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택과 관련된 정보를 가능한 많이 수집하고, 그것을 토대로 여러 가지 대안들과 결과들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선택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 정보들을 이용해 선택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경제학의 첫 번째 가정이다. 그리고 두 번째 가정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은 선택을 할 때 자신에게 벌어질 일만 고려할 뿐,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벌어질 일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최선의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고전적인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경제주체이다. 이를 토대로 고전적 미시경제학이 시작된다.



현실을 직시하기


고전적인 미시경제학에서는 이 두 가정을 지탱할 수 있도록 인간이 갖고 있는 선호를 몇 가지 특성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규정된 선호를 바탕으로 모든 경제적 상황에서 선택의 해답을 찾는다. 결코 선호에 위배된 선택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는 일이 단순해진다. 선택의 주체가 개인이거나 기업이거나 선택의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기존의 경제학에서 만들어 놓은 이 완벽한 스토리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의 합리성은 옷을 한 벌 구입하는 경우만 생각해 봐도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상품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갖고 비교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구입한 옷을 집에 와서 입어 보면 왠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한다. 경제학에서 가정한 인간이 선택한 옷이라면 절대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기성의 가정 역시 쉽게 흔들린다. 구세군 냄비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보상을 바라지 않고 헌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선택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틀린 가정인 것 같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더욱 인간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경제학 모형에서 기존의 경제학이 가정하는 특성을 지닌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컴퓨터가 숫자를 계산하듯 정확하게 답이 나오는 일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이 바라보는 ‘인간적인’ 인간은 때로는 실수를 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경제주체가 속한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도 고민한다. 따라서 선택이 더욱 복잡하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타이틀은 경제학이 인간의 행동으로 이뤄지는 경제현상들을 좀 더 현실에 맞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게임이론 분야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는 공공재 게임이나 최후통첩 게임 실험 등 경제학과 관련된 실험들은 이러한 행동경제학에서 즐겨 사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기존의 경제학에서 예측한 경제모형의 결과를 실제로 사람들에게 적용시켜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작업인데, 복잡한 현실 경제를 실험실 안에서 단순한 게임의 형태로 축소하기 때문에 이 또한 현실을 완벽하게 모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엄격한 가정을 토대로 계산된 결과를 갖고 있을 때보다는 현실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기존의 경제학 모형에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주체를 가정해 예측했던 바와 전혀 다른 결과가 실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기존 경제학의 가정을 다양하게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더 정확한 경제학으로


경제학의 중요한 의미 중에 하나는 현실경제의 현재를 잘 설명하고, 정확한 예측을 통해 경제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경제학에서처럼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경우, 어떤 값을 대입하면 답이 튀어나오는 함수가 되어 경제학에서 만든 모형의 해답을 예측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인간이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다양한 상황에서 인간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예측하기 복잡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을 계속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고 가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간이 가진 비합리성과 이기적이지 않은 특성마저 최대한 모형화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작업을 반복하며 경제학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연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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