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조직자치위원회 개선 방안
본교 대학원에는 ‘본회에 등록된 학술연구조직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중략) 학문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일익을 담당함을 목적’(회칙 1장)으로 하는 학술조직자치위원회(이하 학자위)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존재의 유무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기구이지만,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연구를 하고 싶은 원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을 갖는 기구이기도 하다. 지정된 연구 공간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자위에는 공간 문제, 연구지원금 문제, 폐지 위기와 재건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럼에도 오롯이 개인에게 제공되는 연구 공간이 없는 현실에서, 학자위의 지원은 아주 매력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을 받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익명을 요구한 한 원우에 따르면, “나를 포함한 학과 후배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학자위에 관해 알게 됐는데, 이를 통해 지원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신청 이후 자치 공간을 배정받을 자격(정회원)을 얻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1년인데 석사과정이 2년인 것을 생각하면 너무 길며, 학자위에 등록하기 전에 쌓은 가시적인 연구성과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뒤에도 기존 연구 공간을 이용하던 연구회가 자격을 상실해 공석이 생길 때까지 공간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매우 황당했다”고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도 “모든 평가 과정을 기존의 학자위 소속 연구회들이 주도한다”며 “이런 평가가 객관적인지 의문스럽다”고 강조했다.
위의 문제점들에 관해 학자위의 박민아 회장(역사학과 석사과정)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연구성과물은 한 학기에 한 번씩 제출하도록 돼 있고, 학자위 대표들과 학생회 내 계열대표들이 함께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입 연구회들은 기존에 등록돼 있던 연구회들에 비해 불리한 환경 속에서 동일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자치기구로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정회원이 되기까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신입회원은 연구 성과를 꾸준히 제출하는 등의 요건만 만족하면 자동적으로 정회원이 되고, 평가에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채점기준표를 만들고 이에 따라 엄격하게 평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료는 희망할 경우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 많은 원우들이 혜택을 볼 수 있으려면
이와 같은 학자위의 입장은 자치기구로서 학자위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학원의 학술적 성격을 고양한다는 취지를 고려했을 때 바뀌어야 할 구조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선 정회원과 신입회원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학자위 활동 의무 사항과 평가 기준은 동일하지만, 차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불공평함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자위에 소속돼 있는 정회원은 17개인데(2012학년도 2학기 학자위 개강총회 자료집 참고) 학자위가 배정할 수 있는 자치 공간의 수인 16개를 넘어선 상태다. 회칙에 따르면 이 경우 정회원, 신입회원 순으로 공간을 배정받는다.(학자위 회칙 25조 5) 따라서 현재 신입회원은 연구 공간을 배정받을 수 없다. 또한 신입회원은 차후 학기에 등록서류 미제출 시 회원자격이 박탈되지만(학자위 회칙 10조) 정회원은 2년에 걸쳐 2회의 경고를 받아야만 회원 자격과 연구 공간에 관한 권리를 박탈당한다.(학자위 회칙 37조) 이렇게 두 부류의 구분을 둬 신입회원은 지원을 받기 어렵고 정회원이 된 뒤에는 쉽게 그 지위가 강등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현재 학자위에 소속돼 있지 않은 연구회들이 학자위에 관심을 둘 만한 유인은 없을 것이다.
또한 연구회 지원 사업의 핵심인 연구 공간 배정 과정을 현재보다 더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현재 연구 공간 배정은 ‘운영위원회에서 연구회의 참여도, 연구계획서, 연구 활동의 종합적인 평가를 토대로 공간 배정 방안을 결정하고, 총회 및 임시 총회에서 다수결로 정한다’(학자위 회칙 25조 5)는 다소 모호한 기준으로 시행됐다. 만약 배정 기준을 직전 학기 평가 결과로 일원화해 한 학기에 한 번씩 상위 16개 연구회에만 배정한다면, 활동이 없는 연구회가 지원받고 있다는 혐의와 검증되지 않은 신입연구회가 지원받고 활동할 수 있다는 염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더불어 학술적 역량이 뛰어나지만 연구 공간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연구회들이 차후에 혜택을 받는 것도 쉬워진다. 또한 자치위원회로서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학자위의 자체적인 평가가 중심을 이루되,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나 교수의 자문 등 외부기관의 견해도 평가 과정에 일정 수준 반영한다면 평가의 객관성을 보다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모집, 규정, 평가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원총 홈페이지, 대학원 로비 게시판, 대학원 열람실, 대학원신문사 등에 공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학자위의 자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신설된 원총 홈페이지에 있는 학자위의 게시판에는 아무런 게시물이 없다. 별도로 운영되는 학자위의 공지용 홈페이지나 게시판도 없다.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 보다 나은 조건으로 공부하는 혜택을 주는 제도라면, 그만큼 공개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그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자료조차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효진 편집위원 | russell050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