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사회
[메디컬 디스토피아]첨단생명과학과 자본주의의 위험한 결합구인회 /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박지혜 기자  |  utois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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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호]
승인 2012.10.25  20: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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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상>, H.R.Giger, 1973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는 무분별한 생명 연구와 실험, 인간의 몸과 생명의 상품화, 정자와 난자 등 생식세포 매매, 대리모 고용, 장기 매매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생명 경시 및 착취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렇게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존중의식과 윤리는 실종되고 있다. 한편 첨단생명과학은 유전자를 조작하고, 체세포에서 생식세포를 추출해 생명을 만들어 내며, 급기야 생명복제까지 가능하게 했다. 특정인이 가지고 있는 항체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골고루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값비싼 상품으로 거래되며, 기증받은 사체는 가공되어 부위별로 팔려 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신체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 소비‧착취되고 있다. 힘을 가진 특정집단은 상품화된 생명을 소비할 수 있는 반면 약자는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신체의 상품화와 부당한 착취 구조는 한국 사회에서도 만연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우선적으로 배아 연구를 들 수 있다.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의 치료를 돕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배아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생명을 조작하고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전혀 방어능력이 없는 무고한 배아가 죽게 되는 것이다. 배아의 발달 과정은 질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연속적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 전체가 확정되는 것은 수정 시점이므로, 이때부터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생명권이 보호돼야 한다. 배아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조차 없는 작고 미미한 존재이지만 단순한 물질이나 세포가 아니라, 온전한 인간개체가 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난자 매매, 생명의 상품화
 

  한동안 대리모와 생식세포 매매가 이슈화됐다. 젊고 건강하고 명문대학 출신인 여성의 난자가 매매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우리가 ‘일본의 자궁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선정적 표현까지 입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리모 행위가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여전히 굳건한 가부장주의의 영향으로 여성이 불임인 경우 난자 기증을 받고 대리모를 고용해서라도 남편의 혈통을 잇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둘째, 대리모에 관한 법규가 없으므로 대리모 행위가 불법이 아니며 금지된 사항도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돈만 준다면 난자를 제공하거나 대리모가 되어 줄 취약계층 여성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넷째, 대리모와 불임 부부를 이어주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중개하는 브로커가 있다. 다섯째, 대리모 시술을 해주는 의사와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모와 난자 기증을 함께 하는 것, 즉 거래를 통해 자신의 생물학적 아이를 낳아 타인에게 양도하는 난자 공여 및 출산은 부도덕한 생명 거래 행위이다. 아이는 정상적으로 부모 밑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는데, 대리모 아이에게는 이런 권리 보장이 어렵다. 또한 대리모의 신체·정신적 건강의 위해 문제도 심각하다. 그러나 아이와 대리모의 인권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도 없다. 당장 필요한 돈만 준다면 난자를 제공하거나 자궁을 빌려주는  것도 불사할 만큼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는 취약계층 여성은 브로커의 횡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 외 단순히 난자 판매에 나선 여성들 중에는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여성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필요한 돈도 벌 수 있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부부들을 돕는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난자 판매자는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아이가 생산되는 생식세포를 판매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존엄한 인간생명을 사물화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몸과 아이를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난자를 알지도 못하는 어떤 사람의 정자와 수정시켜 아이를 만들 수 있도록 타인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이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난자 기증자를 위한 실비 차원의 비용을 제공하도록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과연 난자기증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일인가? 사회 지도층 여성이나 부유계층의 여성들은 난자기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비 제공이라는 것도 기준 설정이 상당히 어려우며, 순수한 기증보다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취약계층의 여성들이 자칫 실비 제공에 유인돼 난자를 제공하는 생명착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난자 채취나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해 만든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며 임신을 시도하는 일에는 전문 의료인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의사들 또한 의료윤리적 입장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을 잊지 말고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며, 비윤리적인 일이나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첨단생명과학의 양면성
 

  의술의 가공할 만한 발전으로 인해 병든 장기를 건강한 것으로 교환한 성공사례를 비롯해 사랑과 희생의 장기기증 미담들이 종종 보도되고 있으나, 이식 대기자에 비해 장기기증자는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고귀한 사랑과 희생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분명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나 절박함은 결국 타인의 장기를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얻어야 하는 상품으로 보게 되고, 더 나아가 불의의 사고로 인한 사상자의 사후기증을 기다리는 심정과 무관할 수 없다. 즉 누군가의 죽음이 수혜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생체기증의 경우 자발성이 보장될 수 없으며 장기 매매 등의 위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인과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16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장기와 골수, 그 미만의 미성년자는 골수 적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엄격한 의미의 자발적 기증이 될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자유의지에 따라 판단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와 정신지체인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동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면 장기기증이 가능해 그 판단 기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친족이나 가족 간의 생체기증도 대가성이나 심적 압박으로 인한 결정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할 생각이 없는 가족은 부담감이나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한 감정은 화목해야 할 가족관계를 깨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 

  장기이식을 통해 언제든 생명 연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존하기보다 오히려 생명을 경시하고, 인간을 대상화‧수단화하는 풍조가 만연될 위험이 있다. 달리 치유할 수 없어 장기를 교체해야만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겠지만, 이는 의료보험이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한, 부자들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장기 매매는 힘을 가진 특정 집단만이 상품화된 신체를 소비할 수 있는 혜택을 가지며 비용 부담을 할 수 없는 서민들은 착취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보인다.

  위의 세 가지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 사회에서 첨단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생명 착취가 만연하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생명과학과 자본주의의 체계가 결합하면서 인간 신체의 상품화와 부당한 착취 구조를 발생시키고 있다. 생명과학기술이 약속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는 어쩌면 인류의 재앙을 부르는 위협적인 얼굴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의 조절 가능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되는 생명 조작 기술과 그로 인한 인간존엄성의 훼손, 경제논리에 기반을 둔 생명 착취의 문제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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