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하나 또는 복수의 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자신의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고 적절한 합의나 동의를 구해 대안을 마련하는 상호 소통 방식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자신의 논리를 충분히 설파하기 위해 객관적인 증빙자료와 논거를 준비해야 한다. 토론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감정보다는 논리에 치중한다.
 

  그런데 가끔 우리 사회의 토론 풍경을 지켜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합의와 대안을 위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고 확인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출연해 논쟁을 벌이는 TV 토론만 봐도 그렇다. 폭 넓은 지식과 실례들이 제시되지만 거품을 제거하고 실상을 들여다보면 합의는커녕 서로 공격하기에 바쁘다. 오로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토론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인된 TV 토론이 그럴진대 수많은 곳에서 벌어지는 비공식적인 토론은 오죽할까. 사석이나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무자비한 인신공격이나 시답잖은 말꼬리 잡기로 이어져 어느새 토론의 본질과 논점을 흩뜨려놓는다. 대학가 토론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준비 미흡이나 논리적 오류 등으로 토론의 질이 저하된다. 이런 장면들을 목격하면 인간은 궁극적으로 상호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국인은 토론 문화에 약하다는 말이 나돈 게 예전인데, 아직까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모든 토론이 반드시 합의와 대안을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복잡한 논제들을 세분화시켜 정리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럴수록 본래의 논제와 연계된 다양한 범주의 논제들이 제시되고 그것이 더욱 풍부한 담론을 만들어 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고도로 진화된 사회일수록 단순한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그때의 토론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어쨌든 토론의 핵심적인 목적은 합의와 대안, 그로 인한 의사 결정에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둬야만 한다. 사회가 좀 더 합리적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선 토론 문화의 건강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토론은 수용의 태도가 부족하다. 자신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다는 자세, 결코 수정하지 않으려는 자세,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자세가 토론을 악화시킨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논리적인 오류에 빠지기 쉽고 불합리한 판단을 할 때도 많다. 유익한 토론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열린 마음과 태도가 결여된 논쟁은 ‘나만 옳다’는 식의 치킨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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