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 이화여대 철학과 외래교수

 

   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통계나 연구보고서보다 광고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광고에는 그 사회가 지향하는 삶과 피하고자 하는 삶이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사회의 욕망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사회가 느끼는 불안과 고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아파트, 최첨단 모바일 기기 광고가 지향하는 삶을 보여준다면 보험 광고와 다이어트 광고는 벗어나고자 하는 삶에 가깝다.
 

  우리 사회 불안의 국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보험 광고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방송에서 노인들을 위한 사망, 상해 보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전화번호를 외치는 노 탤런트의 목소리는 개그프로그램에서 소재로 사용될 정도다. 이를 통해 우리가 돈 없이 나이 들고, 병들어 죽는 것을 두려워한 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안전망이 약하기 때문이다. 보험 광고는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개인의 책임으로만 귀결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광고들이 우리로 하여금 상업화된 시장에서 개인적 삶의 국면들이 해결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광고는 개별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설득하는 차원을 넘어 삶에서 특정한 가치를 받아들이고 선택하 도록 부추긴다. 다시 말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르친다. 광고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각인시킨다. 문제는 기준이 강력하고 가치가 단일할수록 삶의 다양성은 부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냉정하고 깊은 눈으로 보는 첫번째 단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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