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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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보수주의의 현재와 미래 - 1기득권을 벗어나 '생각 있는' 보수를 향해 / 강규형
박효진 기자  |  saviniencd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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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호]
승인 2012.09.06  13: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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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는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며 현재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로써, 보수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 정치세력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좁은 의미에서 현재 집권세력은 보수주의자들이며, 넓은 의미에서 보수 양당이 한국의 정치를 이끌어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보수주의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질의응답은 서면으로 진행)



   
 
●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기록관리전공 교수. 계간 <시대정신> 편집위원. 칼럼집 <21세기 첫 십 년의 기록>(한국학술정보, 2011) 등을 쓰고,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기파랑에크리, 2009)을 편집했다.

 



Q/ 보수주의는 ‘기존의 것’을 지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학자로서 한국의 보수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A/ 한국의 보수 또는 보수주의는 서양 보수의 전통적인 개념과 차이가 있다. 한국의 보수에게는 영미의 보수처럼 오래된 전통과 가치가 부족하다. 격변적일 정도로 빠르고 심대한 변화를 경험한 한국사회에는 그야말로 ‘보수’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뿌리를 찾자면 오히려 개방과 개혁을 추구한 개화파를 들 수 있다. 1870-1890년대 조선말 집권세력인 수구파에 맞서 문명개화와 부국강병을 추구한 진보적 세력이 오늘날 한국 보수의 이념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사상은 개화세력의 막내격인 이승만으로 이어진다. 근대화론과 부국강병론이 개화파와 한국보수의 공통분모다.

Q/ 100년 전 개혁세력이 지금의 보수주의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한국의 보수주의는 친일과 반민족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A/ 한국 보수의 업적은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공산 침략으로부터 지켜내고, 산업화를 달성한 것이다. 즉 대한민국 역사의 주체라는 정통성이 한국 보수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성이 있음에도 현재 한국의 보수는 취약하다. 자신의 정체성이 덜 확립돼 있으며 보수정당의 자기 확신도 적다. 시민사회세력 또한 맹렬한 좌파세력에 비해 미약하다.
   나는 한국에서 좌파는 존재해도 진정한 진보는 없다고 판단한다. 형식상으로나마 진보는 진보다운 생각과 행동을 취해야 하는데 한국의 좌파는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퇴보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원래 진보의 표어는 국제주의와 인권이다. 그러나 한국의 좌파는 인권을 부르짖으면서도 경악할 만한 인권상황에는 완전히 눈 감는다. 또한 과거 위정척사파의 쇄국정책을 방불케 하는 폐쇄성을 띤다.

Q/ 보호무역이나 민족 담론을 우선시하는 일부 좌파 진영의 담론들이 과거 조선의 몰락을 불러온 여러 이념들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인가?
A/ 박현채의 민족경제론, 민중경제론, 대중경제론, 변형윤 교수 중심의 학현학파의 논리도 이 범주에 속한다. 리영희 역시 모택동체제를 찬양하며 이런 흐름에 편승했다. 특히 서구의 진보가 공산주의와 결별을 하고 베른슈타인 식의 수정주의에 입각한 사회민주주의체제로 가면서 자유민주주의의 품에 안기고 의회민주주의를 표방할 때, 한국의 좌파는 철 지난 공산주의, 그것도 다양한 변종의 공산주의에 대한 호의를 가졌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와 정통성을 결여한 전두환체제에 대한 분노로 인해 198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 전개된 급진주의 담론 투쟁도 이러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 계급 투쟁을 먼저 전개해야 한다는 PD(민중민주주의파)와 민족통일운동을 우선시하는 NL(민족해방파)의 대립에서 NL이 승리했다. NL 내에서는 주사파가 비주사파를 압도하면서 최종 승리자가 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자생적으로 생겨났지만, 이후 북한과의 연계가 이뤄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북의 지원을 받아 창당된 민족민주혁명당이다. 이것은 한국 좌파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60-70년대의 구세대 종북이나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만들어진 386(486) 종북 모두 이런 오류를 범했다. 남한 주사파의 원조였던 김영환 씨가 언급했듯이 골수 주사파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주사파에 의해 불붙은 민족지상주의적 좌파이념은 어느덧 사회의 뿌리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국 좌파는 이런 종북·친북 프레임에 갇혀 있고, 언젠가 털고 가야 할 이 생각의 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Q/ 한국의 진보세력에 관해 비판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에도 비판할 지점이 있는가?
A/ 한국 보수 역시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 보수는 철학적으로 지킬 것이 없는 존재들이다. 한국에는 왜 헤리티지 재단이나 존 올린 재단과 같은 훌륭한 보수주의 싱크 탱크와 지원단체가 없는가? 잠정적인 결론은 한국의 기득권, 자칭 보수의 많은 수가 ‘생각 없는 얌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인생을 신나게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뜻있는 재단이나 기구를 만들거나 지원할 의지와 철학이 없다.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뇌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젊어서도 그런 과정이 없었고 나이 들어서도 변신의 고통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기겠는가. 그러다 보니 그들은 또래 세대의 일반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급격히 변한 시대정신도 파악하지 못한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안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는 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그들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Q/ 그렇다면 한국 보수주의와 보수정치세력에게 남겨진 과제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버리는 것, 그리고 이념적인 구심점을 확립하는 것 두 가지로 볼 수 있는가?
A/ 사실 6·25 종전 이후 한국의 보수는 권력과 기득권의 보호 속에서 성장했다. 온실 속 화초가 저항력이 약하듯 한국의 보수는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메마른 광야에서 야성적으로 커 온 좌파의 끈질긴 생명력 앞에서 무력했다.
생각 없는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 마찬가지로 생각 없는 보수에게도 미래가 없다. 치열한 자기 혁신을 통해 ‘진보하는’ 보수, 생각하는 보수, 야성을 가진 보수, 그리고 정열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보수로 거듭나고 사회적 저변이 확대될 때에만 비로소 한국 우파에 미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기초를 만들고 번영을 이룬 두 개의 국가발전전략 즉 자유민주주의와 세계시장체제의 적극 활용을 잘 인식하고, 이것을 지킬 방법으로 투철한 직업윤리와 대중소통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긴 호흡을 갖지 못하고 정권 탈환 수준에만 관심이 머물러 있다. 한국의 좌파는 1980년대 이후 치열한 자세로 사회를 밑으로부터 변화시키는 문화·가치·사회운동에 성공했다. 이제 한국의 보수는 그 이상의 노력과 치열함으로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 투쟁과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누가 현실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실용적인 논쟁이고, 밑으로부터의 문화 경쟁이 돼야 할 것이다.

 

정리 박효진 편집위원 | 박효진 편집위원 russell05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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