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사회
[메디컬 디스토피아] 한국 의료 상업화를 진단하다김준현 /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팀장
박지혜 기자  |  utois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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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호]
승인 2012.09.05  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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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의료는 정치, 자본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새로운 착취 대상과 구조를 생산해 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의료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분석해 의료에 내재된 권력의 작동기제를 분석?비판하고자 한다. 나아가 한국 의료의 대안을 고민하고자 한다.

① 의료 상업화의 그늘 ② 일상생활의 의료화 ③ 착취당하는 ‘생명’ ④ 인권의료의 사각지대 ⑤ 한국 의료의 대안을 말하다 

 

   


  역사적으로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돼 왔으며,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의료보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이자 단기간에 의료보장을 실현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사회보험 방식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의료보장제도를 구축했으나, 정부가 공공재원 투입을 꺼려한 나머지 의료기관 등의 인프라 부문은 98%가 민간부문에 귀속돼 있어 공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역시 현저히 낮아 국민들이 보건의료에 대한 불만족 1순위로 ‘낮은 보장성’을 꼬집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중은 2010년 기준 62% 수준이며, 국민의료비 중 공공부문이 부담하는 비중은 58%로 OECD 평균 7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지난 5년간 거의 변동이 없어 우리나라 의료보장의 수준은 답보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 마디로 ‘반쪽자리 의료보장’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의료공급체계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 공급 구조를 논할 때 양극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약 7만8천 개에 이르는 의료기관 중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 병원이 차지하는 기관수는 0.4%(312개)에 불과하나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이른바 서울의 초대형병원이라고 일컫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 5개는 유사한 규모의 상급종합병원(44개)의 전체 진료비 중 37%를 독식하고 있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외래 진료비의 상당부분도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점차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추세로, 재벌 및 일부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공급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 급여행위보다 원가 마진이 높은 비급여행위에 치중하는 등 영리목적으로 의료 공급 체계가 왜곡돼 작동되는 것이다. 이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상당 부분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공급자 이윤 추구에 이바지하고 있는 형국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급 구조에서의 비효율이 건강보험재정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재정부담이 보장성 악화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리 중심의 공급체계가 강화됨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건강보험 지출 증가율은 2001년 이래로 연평균 12%에 이르는 반면 수입은 이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향후 인구 고령화 등 자연증가분을 감안한다면 만성적인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지출 측면에서 비용 유발적인 공급체계를 개혁하되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 인프라 구조를 점차적으로 개선하고, 민간의료기관의 정부 규제를 강화해 과잉진료나 자원낭비로 인한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원 확보와 관련해서도 정부 책임을 강조해 국민들의 보험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고 부담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생산가능인구의 비율 감소로 귀결돼 보험료 중심의 수입 확보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전체적으로 공공재원의 투입이 전제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의료보장은 지속성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정책 기조는 이것과는 정반대로 ‘의료민영화’를 필두로 의료공급체계를 공공이 아닌 민간중심으로 완전히 고착화하겠다는 속셈이다. 가급적 보건의료부문의 정부 책임을 최소화 하고 사적시장 중심으로 보건의료제공체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이 의료민영화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의료상업화, 의료보장체계를 위협하는 주범

  정부 차원에서 보건의료를 산업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부터 의료산업육성이 핵심 국정과제로 부각됐고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 설립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이 본격적으로 검토된 바 있다. MB 정부는 출범 초기 부터 ‘의료민영화’를 핵심 정책으로 거론했으며 2009년에는 의료채권제도 도입,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MSO) 활성화, 의료법인 합병,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도입을 골자로 하는 ‘의료서비스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의료채권법, 의료법 개정 등을 강행했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의료민영화 정책은 의료상업화 뿐만이 아니라 의료보장체계 자체를 민간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현행 비영리병원 규정을 우회하는 간접적인 영리병원 허용 방안으로 병원경영지원회사(MSO)설립을 추진해 외부자본의 투자와 투자자 수익배분의 통로로 활용하려 했으며, 의료채권법 제정을 통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자본의 자유로운 출입과 증식 활동을 보장하려고 했다. 사실상 영리법원 전면 도입을 선언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조치들이다.

  영리병원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 대안으로, 그 폐해는 선험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보건사업진흥원이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해 자문 의뢰한 ‘런던 팀 보고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다.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의 질,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 지표에서 모두 그 성과가 떨어져, 영리병원 도입이 능사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중 형평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는 영리병원의 높은 본인부담금이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서비스 이용의 장벽이 되고 있으며 부유층 납세자들에게는 공공의료시스템으로의 세금 투입에 대한 저항을 야기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이 보고서에서는 한국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논하기 전에 현행 시스템에서 의료제공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권고하고 있다. 즉 의료자원의 공급과잉과 과잉진료 등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의 권한이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또한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한국사회에서 영리병원 논의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보건의료분야에서의 시장 메커니즘이 제약회사, 민간보험회사, 의사 등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의료비 부담 등 그 폐해는 모두 국민들의 몫인 반면, 그에 따른 수혜자는 다름 아닌 거대자본을 보유한 특정집단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사실 영리병원 도입과 무관하게 이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극도로 상업화돼 있다. 고가의 검사장비를 중심으로 과도한 경쟁이 유발돼 과잉진료를 억제하기 힘들며, 환자들이 전액 본인부담해야 하는 비급여행위는 과도한 의료비 부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의 경우 가격을 통제할 만한 수단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며 의료기관 간의 가격 편차도 현격해 무엇이 적정가격인지 알 방법도 없다. 또한 상업성 위주로 제공되는 의료행위들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 오히려 국민들에게 위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보장영역에서 국가 부담이 높은 서구 유럽 국가들의 경우 공공재원 지출 비중이 평균 76%를 유지하며 많게는 90%를 육박하는 국가도 있다. 그만큼 의료보장에서의 보장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공재원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기대수명 등 국민들의 건강 수준도 좋은 것으로 보고된다. 물론 국민들의 건강 수준을 결정하는 데 보건의료체계가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적어도 의료이용의 접근성은 우리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다. 의료상업화 정책은 공공재인 의료를 ‘상품’으로 규정하고 국민들의 지불 능력에 따라 의료 이용을 차별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의료보장의 원리에도 맞지 않으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균등급여를 원칙으로 하는 건강보험의 운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가 구제해야 할 대상은 의료상업화를 부추기는 거대자본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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