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여러 언론에서 본교 졸업생 및 본교보다 상위권으로 평가 받는 대학 출신의 신입생에게만 석사과정 성적우수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혀져 뒤늦게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본교는 올해 하반기 석사과정 신입생에게 수여하는 성적우수 장학금 신청 대상을 ‘본교 학부 출신 입학생 또는 지난해 국내 주요 대학 평가에서 본교보다 상위 대학 학부 출신’으로 규정해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장학금 지급에 관한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이러한 규정을 마련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했다.

문제는 이 규정에서 제시하는 상위권 대학의 기준이 지난해 중앙일보에서 발표된 대학 평가 순위라는 것이다. 여기서 본교는 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이어 10위에 올랐다. 이러한 사정이 기사화되면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대학원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주요 대학의 우수 인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상위 대학 출신자에게만 장학금 지급?

 


이러한 신입생성적우수장학금제도는 겉으로 보기에도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규정대로라면 본교 포함 상위권 대학 출신자 외에는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도 본교 대학원의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하위권 대학 출신자의 성적은 장학금 지급 기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보이지 않는 학력 차별이라는 위험한 오류가 내재돼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타 학교 대학원의 경우에도 자교 출신 학생들을 우대하는 제도가 있긴 하나 본교처럼 노골적인 기준으로 선별하지 않는다. 장학금제도 시행 뒤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첫 학기부터 보이지 않는 학력 차별을 겪게 되는 꼴이다.

둘째, 일간지의 대학 평가 순위를 학교 행정에 대입하는 데 무리는 없을까. 대학 평가는 그야말로 몇 가지 피상적인 지표를 수치화해 편의에 따라 대학을 서열화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학벌과 학력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수도권과 지방대, 또는 일류와 이류, 그리고 삼류라는 구분으로 인해 서열화와 차별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한 위험이 있는 대학 평가를 학교 행정에 대입해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학벌과 학력에 치중하는 문제적인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이다. 물론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실효성을 따지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혜택을 준다고 해서 상위권 대학 출신 우수 인재들의 지원율이 상승할지 미지수이다. 이른바 ‘대학 서열’의 생리대로라면, 상위권 출신의 우수 인재들은 결코 자신들의 모교보다 하위권인 본교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원장의 해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 논란이 가시화되자 지난달 2일 김교성 대학원 부원장(사회복지학부 교수)은 중앙인 커뮤니티를 통해 즉각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본교와 주요 대학 출신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기준을 충족한 학생들 중 일부에게만 성적순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실제 박사과정의 경우 학부나 석사 중 한 과정을 본교에서 수학하면 해당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어 타 대학 출신이 모두 배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또한 대학원의 장학금이 본교와 주요 대학 출신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집행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실제 장학금 정보를 공유하며, “대학원에서 집행되는 교내 장학금의 연간 총 규모는 약 136억 원이고, 이 중 신입생성적우수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며(2012년 1학기 기준), 이는 전체 학생 대비 17%”라고 밝혔다. 또한 “타 대학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 수혜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돼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 신입생성적우수장학금을 제외한 다른 장학금 가운데 본교 출신 학생에 지급된 장학금의 비중은 49.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타 대학 출신 학생들에게 지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명에도 원우들은 여전히 못 미더운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우는 “신입생성적우수장학금의 비율이 20%에 지나지 않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소위 ‘대학 순위’라는 잣대로 장학금 혜택을 논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처사”라며, “대학 서열이나 순위 같은 객관성이 의심되는 지표를 갖고 ‘중대보다 좋은 학교’ 출신의 학생들 위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논리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우들은 타 학교 출신 학생들이 장학금 수혜 기회가 원천적으로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 게 아니라 본교보다 상위권 대학 출신 학생들에게만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합리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문제로 삼고 있는 논점이 어긋났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학 평가에서 본교보다 하위권으로 추산되는 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상반기 대학원에 입학한 나승현(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씨는 “그러한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입학했다면 썩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비쳤다.

위의 해명이 앞에서 밝힌 문제점들을 모두 해갈시켜 주진 못한다. 우수 인재 확충이라는 목표로 도입된 장학금제도가 이처럼 위험한 논리와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이상 형평성과 합리성에 관한 문제 제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오창록 편집위원 | needyourey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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