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 대학의 축제 기획단은 여러 인디밴드를 초대해 록 페스티벌 형식의 공연을 열었다. 이는 유명 가수를 초청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왔던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파격적’인 시도로 주요 일간지에서 기사화된 바 있다. 사실 해당 기사의 주된 내용은 여기서 벌어진 찬반논쟁으로, 대학 축제는 많은 학생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유명하지 않은 밴드의 공연은 축제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한편, 비싼 섭외비용을 지급하면서까지 인기 연예인을 초청하느니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른 한편이었다.

얼마 전 본교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서라벌홀의 낡은 외벽과 작은 농구코트가 마주하는 그 좁은 길은 각 과에서 준비한 부스들로 미어졌고 심지어 도로와 닿아 있는 중문에서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마 맘 놓고 놀아볼 공간이 부족해 그들도 속상한 노릇이겠지만, 대학원 건물 앞 주점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을 참아내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대학 관련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대학문화는 대학과는 점점 괴리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그랬다.

대학 축제에 가수들을 불러 흥을 돋우는 문화는 80년대 중반 이후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에는 87년의 민주화운동과 함께 대중문화보다는 대안문화로서 이념이나 지향을 담은 노래와 가수들이 인기가 있었고 이는 90년대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공연의 흥행성이 중요해졌고, 오늘날 볼 수 있듯 아이돌 가수를 망라해 대중매체의 요소와 친연을 맺는 ‘쇼’로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찬반논쟁에서 운동권이 주축이 된 기획이라거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배제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메시지’ 자체가 거부되는 오늘날의 대중문화에서 볼 때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대학 축제가 더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본령으로 하고 그 즐거움의 층위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찬반 논쟁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간 대학 축제는 어느 학교를 가나 마치 판에 박힌 듯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상기 축제를 기획단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것으로 환원하지 않으면서, 같은 시대를 살며 공통의 문제의식들을 공유하고 있는 학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꽤 즐거운 시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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