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또 한 차례 본교를 휩쓸었다. 이번엔 특수대학원 중 예술대학원이었다. 조형예술대학원생의 제보로 찾아간 아트센터 1층 실기실에는 서너 명의 원우들이 모여 침묵시위에 쓸 피켓을 만들고 있었다. 상황은 이러하다.

  현재 9개 학과 36개 전공 총 110명의 정원에서 2012년도 후기 모집단위에서는 6개 학과 8개 전공 45명의 신입생을 받고 있다. 없어진 전공은 시전공(문학예술학과), 서양화전공(조형예술학과), 패션비즈니스전공(패션예술학과)이며 나머지 전공은 축소되거나 명칭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번에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학과는 공연영상학과(연극, 영상비즈니스, 뮤지컬), 예술경영학과(예술경영), 디자인공예학과(시각디자인), 음악학과(실용음악), 박물관 미술관학과(전시기획), 문화콘텐츠학과(문화콘텐츠기획)이다. 2013년부터는 공연예술분야(문학예술, 공연영상, 음악학과), 예술경영분야(예술경영, 박물관미술관, 문화콘텐츠학과), 미술디자인분야(조형예술, 디자인공예, 패션예술학과)에서 3개 학과 8개 내외의 전공을 도출해 적용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확정된 내용이다.

 무더기 폐과, 그러나 아무도 몰라

  구조개혁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됐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계열 전공단위 보직자 워크숍과 계열행정위원회에서 조정했다. 이 회의에서 나온 의견으로는 예술대학원의 29개 전공 중 한 학기에 한두 명을 뽑는 전공들은 향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일반대학원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학과가 있는 경우 이를 폐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실용‧융합 학문을 위주로 3개 학과 8개 내외의 전공으로 예술대학원 학제를 재편하고, 이를 2013년 상반기 신입생 모집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세부 전공 선택과 그 명칭 변경에 관해서는 전공주임교수회의가 수차례 있었지만 의견 수렴이 어려워지자 전공과 무관하게 예술대학원 원장, 예술경영학과 교수, 시각디자인과 교수, 영상예술학과 교수 등으로 TF팀을 구성해 회의를 진행했다. 5월 9일 예술대학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서는 일련의 구조개혁 추진 과정을 학생대표단에 설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조형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L씨는 “통보조차 못 받았다. 학교의 모집 공고를 보고서야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대학원 내에는 폐과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으나 원우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은 것은 4월 말 경 신입생 모집 공고를 통해서였다. 4월 30일에 구조 개혁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원장실로 찾아 갔다. 예술대학원 원장과 행정실 팀장, 원우회 임원 및 원우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원우가 학과 통‧폐합에 관해 왜 사전 고지가 없었는지 묻자, 행정실 측은 사전에 충분한 고지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사과를 표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L씨는 “그러나 향후 계획된 바는 듣지 못했으며, 2013년 이후 ‘살아남는 학과’에 한해 신입생을 모집할 것이라는 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그날의 상황을 밝혔다. 조형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K씨는 “행정실 측에서는 통합이라고 하지만 폐과라고 봐야 맞다. 무조건적인 통‧폐합보다는 적시적소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안내문도 내보내지 않고, 공식적인 발표 절차도 밟지 않는다는 것은 재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며 예술대학원 행정실 측의 단선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이 과정에서는 원우회와 원우들 간의 의견 수렴조차 어려웠다. 원우회는 일반대학원의 대학원총학생회와 같이 원우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의견 창구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현재 16대 원우회에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예술대학원 원우가 소속돼 있다. 학생들은 원우회가 이번 폐과 사태에 대해 학생과 행정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 주길 바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태욱 원우회장(예술경영전공)은 “원우회도 몰랐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추진한 데 불만이 많다. 하지만 교과 개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찬성하는 학과도 있다”며 “원우회가 예술대학원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개편으로 잃는 것이 있다면 학교 측과 협의를 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려 했던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간 학교가 추진하는 일에 학생들이 이용당하는 상황은 비판해야 마땅하며, 원우회도 앞으로 대응을 할 것”이라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의 입장을 고려해야

  이번 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소통 과정의 문제 외에도 내용상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학생들의 지위와 처우 문제, 그리고 변경된 학문단위의 편향성이다. 구조개혁을 알리는 공지글은 전공 명칭의 변경 또는 통합이 되는 경우에도 재학생의 수업권은 반드시 보장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안을 금할 수 없다. K씨는 “예술대학원은 전임교수도 없고, 강의시간표도 개강 후에 공지될 정도로 지원이 미약하다. 게다가 지원금은 매년 축소되고 있다”고 말하며 소속된 과가 없을 경우 지원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번 구조개혁의 내용을 보면 경영, 비즈니스와 관련한 학과들이 다수이다. 이에 예술대학원지원팀의 오세원 팀장은 “전공이 난립해 있는 현 상황을 특수대학원의 설립 취지에 맞게 실용‧융합적인 학과로 재편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 특수대학원의 설립 취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특수대학원의 경우 야간에 수업이 이뤄진다. 낮에 직장 생활을 하는 원우도 있지만 개인 작업과 병행하기 위해 야간 대학원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단순히 일반대학원에 예체능계열이 있다고 해서 폐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L씨는 “여기서 본교의 예술에 대한 이해가 드러난다. 모든 것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는 것 같다”고 학교 측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예술대학원 9개 학과 연합회 학생들은 5월 9일에 구조조정 철회 및 대책안 요구를 바탕으로 7개의 요구를 포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지만 낮 시간에 직업 활동을 겸하고 있는 원우들이 많아 모이기조차 쉽지 않다. 예술대학원 홈페이지와 중앙인 커뮤니티에 구조조정 개편 내용이 공지가 되자 학생들의 답답함은 더욱 심해졌다. 또 다시 속수무책으로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민지 편집위원 | amber.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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