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서 자본은 존재 이유 그 자체이다. 프로스포츠에서 관중을 끌지 못한다는 것,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은 팀 해체의 사유가 된다. 이러한 자본의 탐욕스러운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감독 페니 마샬, 1992)는 1940년대 미국 여성 프로야구팀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감독 페니 마샬, 1992)
영화 <그들만의 리그>(감독 페니 마샬, 1992)

  1940년대 미국에선 2차 대전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반 이상이 참전하면서, 사실상 경기 진행이 불가능했다. 이에 시카고팀 구단주 월터 하비(게리 마샬)는 프로야구 존속의 방편으로 여자 야구단을 창설한다. 구단은 선수들이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용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야구 훈련 외에도 차밍스쿨에서 숙녀 교육을 받게 한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원피스를 유니폼으로 하고, 미디어에서 선수들을 소개할 때도 기량이 아닌 요리실력, 재색, 미혼 등의 조건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반응이 시원치 않자 구단에서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팀 해체를 거론한다. 이에 포수 도티 힌슨(지나 데이비스)은 기자들 앞에서 다리를 찢어 공을 잡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이는 다음 날 신문의 1면을 장식한다. 이를 시작으로 퍼포먼스와 선정성을 내세운 마케팅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대박을 터트린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 여자 야구는 상품 가치가 없다”던 구단주의 말대로 미국 여자 프로야구는 1943년부터 1954년까지만 존재했다. 결국 여성 프로야구는 여성의 성적 도구화를 통해 대중의 흥미를 끄는 하나의 상품이었던 것이며, 프로스포츠 세계의 상품 가치라는 잣대에 의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근대 이후 관중스포츠 시대를 맞이하는 배경에는, 미디어가 스포츠를 통해 시청률을 올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스포츠가 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 이윤을 창출하는 미디어와 스포츠의 공생관계가 있었다. 물론 프로스포츠는 스포츠쇼이며, 눈으로 보는 오락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들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는 구단의 선수책임자(데이빗 스트래던)의 말처럼, 영화는 프로스포츠의 가치란 자본 이전에, 인간의 진정성에 있다는 점을 말해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박정민 편집위원 | narannyoz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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