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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과정의 신입생이 됐을 때 필자는 이른바 ‘과방’의 부재에 대해 전해 들었다. 당시 부재에 대한 주변 원우들의 자연스런 인식은 꽤나 생경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제 ‘터전-없음’의 대학원생이 된 필자는 비로소 생경함의 실체와 마주하고, 그에 대한 ‘실천’의 작업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학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공간 부족’에 관한 담론들이 사실은 ‘공간에 대한 생각의 부족’이라는 관점을 의도적으로 탈구시킨 동어반복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과 연관된다. 특히 협동과정이라는 항구적으로 분열된 학제구조의 지반 위에서 ‘경제=시혜=공간’이라는 매듭을 벗어나는 것, 즉 경제논리와 공간 부족을 연결 짓는 학교 측의 저 모호하고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단호한 거부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단순히 ‘학업 환경 개선’이라는 복지나 시혜의 이차적 대상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공간을 요구하는 일차적 주체가 되는 방법론이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단지 자기반복적 저항이나 학제구조의 전복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표층적으로는 구조의 내부로 향하는 것이고, 그 기본적 틀에 맞추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예컨대 협동과정생들은 몇 개의 열람실과 붐비는 도서관, 혹은 학교 ‘외부’의 어떤 공간이나 강의실을 대여하는 행위를 통해 그에 대한 욕망을 파편적으로 대체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이러한 ‘비효율적 현실’에 대해 경제논리가 침묵하는 곳에서는 공간과 경제의 접점들을 해체하고 그것을 ‘역전’시키는 작업들을 통해서만 공간에 대한 ‘새로운 물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구는 과방이 공동체의 사적 소유 혹은 점유 공간일 뿐이라는 단편적 인식을 넘어서 내부의 결속과 확장을 통해 외연으로 나아간다는 연대의 의미를 지닌다.

요컨대 협동과정이 설립될 당시부터 부재하는 학내 공간에 대한 낡은 물음들은, 그것을 ‘사유함’으로써가 아니라 그것의 전유를 통한 ‘공간적 경제’라는 시도에 의해 폐기될 수 있다. 따라서 공간적 경제라는 이 역설, 즉 공간에의 ‘선언적’ 요구의 관점에서 경제논리를 바라보는 것은 학교 측이 경제논리에 의해 침묵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물음을 보다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의 무기’와 더불어 실천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간을 ‘얼마나’ 열망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열망하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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