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묵 / 음악평론가



  용산 전쟁기념관에 위치한 6.25탑
  용산 전쟁기념관에 위치한 6.25탑


  1990년 봄, 인도의 도시 푸나의 시장 어귀에서 세 사람의 음악인을 보았다. 이들은 북, 현악기, 관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관악기를 보는 순간 우리의 태평소를 연상했다. 나는 그들에게 악기 이름을 물었다. 북은 파크아치, 현악기는 사랑기 그리고 관악기는 쉐나이라고 했다. 쉐나이라니, 순간 나는 전율했다. 

  농악에서 사용하는 유일한 관악기인 날라리는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태평소, 대평소, 호적, 쇄납, 새납 등으로 불린다. 호적은 '오랑캐의 피리'라는 말로 중국을 통해 들어온 악기라는 의미이다. 정확하게는 회족이 쓰던 악기가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음색의 특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날라리는 오늘날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이름이지만 원래의 이름은 새납이다. 또한 이들을 쉐나이라 불렀다. 같은 모양의 악기가 비슷한 이름을 지니고 있으니 음악전문가로서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자료를 뒤져보니 쉽게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쉐나이는 고대 페르시아의 궁정에서 쓰이던 세항나이가 인도로 전해진 것이다. 그 악기가 우리에게도 전해져 농악에서 경쾌하고 처절한 가락을 뿜어내고 있다. 또한 유럽으로도 전해져 지금의 오보에가 됐다. 국악기인 양금 역시 페르시아의 산투르가 전해진 것이며 현재 아랍지역과 인도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산투르가 유럽에 가서는 피아노로 변했다.

  이러한 악기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졌다. 실크로드는 중국의 비단이 유럽에 전해진 길이기에 붙은 이름인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로로 중앙아시아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연결시킨 루트를 말한다. 3대 간선과 5대 지선 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의 문화가 이어졌다. 

  동서문화권의 문화교류는 선사시대부터 있었다. 기원전 6세기에 이르러 나름대로 발달된 교통로가 만들어졌으나 파미르 고원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기원전 138-126년에 이르러 전한의 장건이 파미르 고원을 지나 대월지에 이르는 길을 개척함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길이 만들어졌다. 이 길을 통해 중국 음악은 오래 전에 서역 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며, 중국과 가까운 우리에게도 그 영향이 미쳤다. 우리 음악의 특징과 뿌리를 더듬다 보면 실크로드 음악과의 연관고리를 만나게 된다.

  지구촌의 헤게모니가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며 음악문화에서도 다양한 지역의 전통음악이 알려지고 있다. 실크로드의 음악적 특징은 쉽게 규정할 수 없다. 워낙 지역이 넓기 때문이다. 서역(중국 신강 위구르 자치구)과 중앙아시아의 전통음악 외에 인도, 파키스탄, 네팔, 몽골을 포함한다. 나는 2002년에 한국 전통음악의 명인들과 인도 명인들로 구성된 '쌍깃프렌즈'라는 팀을 구성했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한국, 중국, 몽골, 인도, 이란, 터키 등 옛 실크로드에 인접한 나라의 음악가들로 구성된 이끄는 '실크로드 앙상블'을 이끌고 있다. 실크로드 음악이 인류의 미래 음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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