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운 / 충북대 도시공학과 부교수

최근 일본 후쿠시마와 우리나라 고리 원전 1호기 전력 사고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에너지의 유용성과 적합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계수명을 다한 원전을 다시 운영하면서 발생한 안전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그로 인해 원자력에너지의 필요성을 되묻는 차원에서 원전 폐지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기저에는 원자력에너지가 내재하고 있는 가공할 만한 파괴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핵발전소 수가 가장 많고 그 주변에 대도시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핵 위험 가능성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원자력 발전의 위해성에 관한 논의에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과 교통이 발달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목재 자원에서 석탄·석유 중심의 화석에너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화석에너지는 열에너지를 만드는 단순한 연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화석에너지는 오랜 시간 높은 압력에 의해 지하에서 탄화된 유기물질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질들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석에너지가 발견된 이래 아직까지도 의존도가 가장 높다. 그런데 이를 연소하거나 다른 물질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여러 불순물로 인해 대기, 수질, 토양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가 발생했고 그와 함께 매장량의 한계도 드러났다.

화석에너지의 환경적·내재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인류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1950년대 이후에는 소량의 우라늄을 농축하는 핵분열을 통해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원자력에너지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화석에너지의 비중이 낮아지고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원자력 발전의 위해성이 모두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도 온전히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정에너지로 홍보되고 있는 것처럼 원자력의 본질적인 문제가 정확히 인지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경제적이라는 것은 기존의 화석이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단가가 저렴하다는 점인데, 이것은 원자력 발전의 전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이다. 방사능 원료인 우라늄을 채굴하고, 농축하고, 폐쇄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투입되면서 이산화탄소도 배출되고 데워진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또한 폐기물 처리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유·무형비용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의 위험성과 피해들, 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비용 등은 막대한 대가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기에 과연 원자력 발전이 경제성이나 안전성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원자력 발전과 연계된 정치·경제세력들이 부분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마치 경제성이 월등한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100여 개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탈원자력 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시위를 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독일정부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2021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쇄’하라는 권고안에 근거해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에 장기간 투자한 정책에 근거한다. 또한 에너지·기후문제를 가장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결국 독일은 원자력에너지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패러다임을 선택했다. 그들은 202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 에너지원 중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늘리고 2050년에는 최종 에너지 소비의 60%, 전력의 경우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54기 중 53기의 운행을 중단했다. 2009년까지 원전 비중이 29.2%에 달했는데 이 비중을 다른 에너지원이 감당하거나 사회적인 절전 캠페인을 통해 부족분을 메워가고 있다. 그들은 태양광 발전, 지열 발전, 해상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및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 시설에도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의 붐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현명한 소비’에 근거한 생활 패턴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에너지 소비가 현재보다 23%까지 감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려면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하루빨리 탈원전을 선언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구성원들이 재생에너지의 산업기반을 확충하려는 당위성에 합의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려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도 필요하다. 독일처럼 먼저 정책적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범시민위원회’를 구성한 뒤 ‘탈핵·탈원전·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시나리오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회색 경제, 파괴적인 경제에서 녹색과 상생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 순환, 균형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의 기반이다. 바로 지금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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