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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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정치
[국제] 유럽 재정 위기, 해법은 없나김성혁 / 새세상연구소 경제팀 연구실장
오창록  |  needyourey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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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호]
승인 2012.04.04  10: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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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했다. 현재 27개국이 유럽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돼 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 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해 평화를 지키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실패한 것처럼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시장 실험도 실패하고 있다. 2011년 재정 위기로 인해 남유럽 5개국의 정권이 교체됐고 또한 유럽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 둔화를 초래했다.

유로존 통합 이후 무역적자가 계속된 남유럽 국가들은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으면서 재정위기에 부딪혔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는 2010년 5월 1차 구제금융으로 천백억 유로를 지원받았고 다시 2011년 7월 2차 구제금융을 통해 천90억 유로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비슷한 위기로 아일랜드, 포르투갈도 구제금융을 받았고 유럽 경제규모 3, 4위인 이탈리아, 스페인마저도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으로 자금을 융통함에 따라 남유럽의 위기는 동유럽과 북유럽까지 전파됐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유로존 정상들이 수차례 해법을 마련했으나 미봉책에 그쳤고 남유럽 국가들은 국채상환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다시 위기에 빠졌다. 재정 위기로 인해 유로존의 2011년 경제성장률은 1.5%에 그쳤고 2012년에는 -0.5% 성장률이 예상된다. 한국도 유럽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1월, 무역수지 적자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해서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꺼려했던 미국식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유럽중앙은행은 1%의 저금리로 4천890억 유로를 지난해 말부터 유로존 523개 은행에 장기 대출을 해줬고 2012년 2월에도 1조 유로(1천477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와 같이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남유럽 국채 매입으로 손실을 입은 독일, 프랑스 등의 은행들은 한숨을 돌렸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투기성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한 은행들의 자본금마저 잠식되는 위기에 처했다. 시장논리로 볼 때 높은 기대수익율은 그만큼 리스크를 동반하므로 시장 실패 시 은행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천문학적 구제금융으로 은행들을 구제했다. 그 결과 민간 금융기관의 부채는 정부의 부채로 바뀌었다. 정부는 부채(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사회복지 등의 지출을 축소했다. 월가 점령 시위와 긴축재정 반대 시위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탐욕스런 은행의 손실이 국민들의 희생으로 전가됐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조건은 국가부채(GDP 대비) 160%를 2020년까지 121%로 내려야 하며 당장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 3만 명 해고, 350개 공공기관 폐쇄, 연금 삭감, 각종 세금 인상, 국유자산 매각 등 극도의 궁핍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실제 그리스는 실업률이 18%를 넘었고 청년실업률은 40%까지 올라갔다. 고용, 임금, 복지를 삭감하는 긴축은 산업 활동과 소비를 위축시켜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왔다.

 

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과 긴축재정의 허점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인 유로존 내부에서 지난 10년 동안 경제력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확대됐다. 제조업 경쟁력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과의 교역에서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은행에서 대규모 차입으로 적자를 보완해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채무국들은 위기에 처했다. 비슷한 재정적자를 가진 미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이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었고, 일본은 채권자 대부분이 국내은행이라 부채 상환 조정이 가능했으며 통화정책을 통해서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의 경우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유럽중앙은행만이 통화 및 환율정책을 펼 수 있으므로 개별 국가들이 재정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됐다. 통화는 통합됐으나 재정은 통합되지 않았다. 경쟁력이 약한 남유럽의 곤경에 대해 독일 등의 북유럽 국가들은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정부에는 GDP의 20%에 달하는 예산을 통해 재정 위기에 직면한 주 정부에 자금을 이전하는 방법이 있으나 유로존의 중앙은행에 재정 지원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편 그리스 경제 위기는 방만한 재정 운영과 복지 혜택으로 놀고먹는 국민 탓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OECD에서 한국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그리스 국민들이 게으르다고 볼 수는 없다. 남유럽 국가들만 무리한 복지 정책을 실시한 것도 아니다. 물론 그리스에도 제조업 취약, 부패 문제 등 개선할 지점들은 있으나 이것이 재정 적자의 근원은 아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전까지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채권은행과 독일 등의 유로존 주도 국가들은 그리스의 과소비로 책임을 돌리고 엄격한 긴축재정을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긴축재정으로 고용과 임금, 복지를 줄이면 경제는 침체된다. 게다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그리스가 국가자산까지 매각(민영화)하고 나면 어떻게 경제를 정상화할 수 있겠는가? 이는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1929년 대공황 이래 경기 회복은 긴축이 아니라 케인즈 방식의 유효수요 창출로 가능했다. 

 

재정 위기와 유럽통합 전망


채권국들은 가혹한 긴축을 요구했고 재정 편성까지 개입하고 있다. 2011년 12월 EU정상회의에서 마련한 ‘신재정협약’은 회원국들이 무조건 흑자·균형 예산을 편성하며 불가피한 경우도 재정 적자를 GDP의 3.5%로 제한했다. 위반 시에는 EU차원 투표권 제한이나 경제지원 중단 등 불이익을 준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GDP의 4.5%, 스페인이 5.8%를 선언했는데 EU에서는 이를 묵인하면서 재정 적자 기준을 어긴 약소국인 헝가리만 제재했다.

그리스에 대한 채권은행의 액면가 54% 손실처리는 이웃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스페인이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위기에 처해 있고 포르투갈, 이탈리아도 부채 일부 탕감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유동성 공급도 재정 위기의 근본 해법은 아니다. 미국이 실행한 두 차례의 양적 완화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만 가중시키고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유동성 공급은 일시적으로 위기를 해소하고 근본 위기를 미래로 떠넘겨 버렸다. 유럽의 재정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남아 있다.

유로존이 금방 해체될 상황은 아니다. 공식적인 채무 말고도 독일연방은행이 유럽중앙은행을 통해 남유럽 국가들에게 빌려준 엄청난 채무가 있다. 또한 무역 흑자를 보는 북유럽 국가들은 유로존의 해체로 우월적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남유럽 국가들도 유로존을 탈퇴해서 홀로 생존하기에는 가혹한 시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긴축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과 정치세력의 선택에 따라 다른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유럽 재정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은 재정 취약국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충분한 경제 성장을 함으로써 국가채무를 줄여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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