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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 심청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학문적 지식을 공유한다는 대학원생들은 한 학기에 5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고도 입 한 번 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30명이나 되는 수업 인원 중에서 발언 기회를 잡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 학기 수강신청 때는 수강인원 제한에 막혀 출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교수님들의 구제로 수강은 허락됐지만 마치 학부 수업을 연상케 하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인문사회계열 대학원 중, 한 과목당 평균 수강인원이 가장 많은 경우로는 국어국문학과(재학생 수 119명 / 개설과목 수 14개)와 신문방송학과(재학생 수 58명 / 개설과목 수 6개)가 평균 24명이었고, 다음으로 사회복지학과(재학생 수 56명 / 개설과목 수 8개)와 유아교육학과(재학생 수 95명 / 개설과목 수 12개)가 평균 21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는 경우를 감안했을 때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30여 명의 학생이 한 수업을 수강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신입생 수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수강과목 수는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드는 판국이니 교수나 학생이나 ‘도무지 대책이 안 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비싼 등록금은 다 어딜 간 거야?’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학교 측은 말 그대로 ‘유구무언’이다. 등록금이 인상될수록 제도가 개편되고, 시설이 확충되며,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는데 그런 것들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물론 좋은 점(?)도 있긴 하다. 한 학기에 맡아야 할 발제의 수가 줄어 학교생활을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됐고, 수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강의실 한구석에 몸을 처박고 있으면 곤란한 일은 면할 수 있게 됐다. 그 뿐인가. 어느새 소수집단이 돼버린 박사생들은 거대집단이 돼버린 석사생들에게 어떠한 조언도,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들은 학문 연구의 동지애가 아니라 건조함 그 자체다.

전공 수업 시간, 치고 들어갈 구멍을 찾기 위해 말 한마디 끝날 때마다 기회를 노려보지만 질문 하나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교수들에게 일일이 학생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친절을 기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다. 이런 수업이 반복될수록 학문적 나태함만 늘어 가는데, 꿈과 열정이 사라진 현실을 과연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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