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정 / 문학평론가

 
 

존 쿳시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가상 작가인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통해 육식에 관해 매우 급진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의 제3장과 4장의 내용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소설 속에서 그녀는 도살장의 잔혹함을 유대인 학살사건에 빗대어 설명한다. 수용소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지의 상태에 머물기를 원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도살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지만 마치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소 주변 사람들의 무지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인 것은 그들이 그들 자신을 피해자의 자리에 놓아 보지 않았다는 점이고, 우리가 도살장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들과 동일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타인의 자리에 놓아 보는 공감의 능력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죄를 저질렀을 때 느끼게 되는 오염조차 인식하지 못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 연설에 대해 대부분의 독자들이 묻고 싶은 가장 직설적인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그럼 결국 당신은 아무도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거나 도살장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 연설문을 낭독한 것은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육식의 문제에 관해 문학이 문학적인 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것인가 답하기 위한 것이다. 문학은 이성의 유무로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논하고 그 차이를 근거로 육식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이성의 힘이 한계 너머로 밀어붙여져 도취되고 경악하고 압도”당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너무나 낯설고 이질적인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문학은 ‘다른 몸’의 세계를 체현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동물이라는 존재의 총체성과 그것의 추상적이지 않고 지적이지 않은 본질”을 충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사실상 연설문의 핵심적인 요지이다. 하지만 이것이 소설의 전체적인 요지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자.

이 소설은 ‘문학적인 것’이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라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아들로서의 그, 과학자인 며느리, 옛 연인이었던 아프리카의 소설가 에마뉴엘, 의료선교사로 활동하는 그녀의 언니 등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 그녀를 압박한다. 그녀는 이러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 속에서 ‘문학적인 것’이 문학 바깥의 ‘비문학적인 것’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인지 고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일생에 거쳐 변화해온 ‘소설관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육식에 관한 문제 역시 소설의 이러한 전체적인 구조 속에 포섭되어 있으므로 소설의 전체적 관점에서 다시금 재구성돼야 한다. 그러니 앞서 요약한 육식에 관한 문학적인 입장은 “시라는 것도 사변적인 얘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커다란 고양이들의 근육을 시로 찬미하고 말이죠.”라는 반론과 충돌해야 하며, 우리 역시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긴장의 역동성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연설이 끝나자 되돌아왔던 공격적인 수많은 질문들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극한의 지대로 밀어넣는다.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를 공항에 바래다주는 순간까지 어머니에게 어째서 그토록 동물의 문제에 집착하느냐고 묻는데,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고 고백한다. 자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좋은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망연자실할 정도의 엄청난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끝없이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우리에게 제기하는 급진적인 질문의 핵심은 그녀가 도살장을 수용소에 비유했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집요하게 숨기고 있을지도 모를 은밀한 범죄에 대한 상상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한 명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하는 이 눈빛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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