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당시 프로야구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민적 호응을 얻으며 출범했다. 이는 한국 프로 스포츠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 한국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모종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영화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 2011)은 역사에 기록된 당시의 치열한 대결을 통해 조작된 지역주의가 어떻게 스포츠를 통해 발현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퍼펙트 게임> (감독 박희곤, 2011)
영화 <퍼펙트 게임> (감독 박희곤, 2011)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해태의 경기는 무려 연장 15회 동안 경기를 펼치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날의 경기가 전설로 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구 천재’라 불리던 두 선발 투수, 최동원(조승우)과 선동렬(양동근)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비단 선수들만의 대결이 아니었다. 언론은 일제히 두 선수가 각각 부산과 광주에 연고지를 둔 롯데와 해태의 대표 투수라는 것,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의 졸업생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대결을 부각시켰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과열 양상을 뗬다. 관중들은 편을 갈라 서로에게 욕을 하며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영화는 경기를 둘러싼 몇 가지 장면들을 그리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러면서 화제의 맞대결이 실은 당시 군사정권의 조장으로 인해 성사된 것이었고, 그것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겨 국민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음모였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일간지 기자인 김서형(최정원)이 “프로야구는 정권의 우민화 정책인 3S정책의 일환”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써 부장에게 혼나는 장면은 영화의 풍자적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사회에서 프로 스포츠는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극성스런 인기만큼 그 원인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기회는 없었다. 어쩌면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승부를 통해 ‘스포츠의 승부’라는 판타지를 걷어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

박정민 편집위원 |  narannyoza@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