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사회
주택소유 정책의 종말유성재 / 마들연구소 연구원
황인찬 기자  |  mirion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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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호]
승인 2011.12.07  01: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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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일랜드 문학가 토마스 모어가 영국의 귀족, 봉건 영주들이 공동체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거주를 하던 농민들을 하루 아침에 그야말로 빈털터리로 내쫓은 역사적 비극을 묘사한 말이다. 자본주의의 태동을 알리는 이 엔클로저 운동은 ‘땅’에 대한 ‘소유권’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제도화했던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 자본주의적 ‘소유권’은 종종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가진다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와 부딪힌다. 한국의 주거와 주택 정책의 역사에서 ‘인권’이 재산에 대한 ‘소유권’의 보호를 위해 무참히 짓밟히거나 간단히 무시돼왔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2009년 세입자 5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는 수많은 예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애초부터 한국사회에 있어 ‘주거권’ 보장을 위한 국가 주택 정책은 주택 ‘소유권’에 기반한 주택 공급 정도로만 인식됐다. 다시 말해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주택’을 넘어서 사회적·경제적 환경까지 지칭하는 ‘주거권’은 간단히 주택의 확보를 통해 달성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 주택 공급의 주체가 국가로부터 민간 기업으로 이양됐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 재고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국가의 재정이 열악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문제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국민의 주거권은 국가 정책이 아닌 ‘주택 시장’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종속됐다.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택 시장에 대한 조정 또는 관리 업무로 축소됐고, 때로는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 시장을 이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민간 주택건설업체는 성장하고 주택 시장은 공고히 확대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이 주택 건설로부터 태어났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출생의 비밀이다. 한국사회는 주택 ‘시장’이 국민의 주거권을 책임지는 사회로 발전한 것이다.
 
주택의 소유를 둘러싼 계급사회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는 주택 정책의 원칙인 주택점유형태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주택점유형태 균형이란 자가소유와 민간임대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것인데, 이들 세 가지 주택 점유 형태가 적정한 비율을 이루고 있어야 균형이 잡혔다고 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탈시장화된 주택의 존재가 주택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고, 그러한 가격 상승으로부터 국민의 주거권을 최소한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주거복지의 선진국들을 보면 자가소유주택과 민간임대주택 및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대략 6:2:2 정도가 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은 전체 주택 대비 불과 4%를 약간 상회하고 있어, 주택 시장의 변동에 대한 개입은 고사하고 가장 열악한 주거 취약 계층을 보호조차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탈시장화된 주택의 부재는 만성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택은 ‘주거’의 공간이 아닌 ‘투자’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가격 상승에 대비하는 일종의 강력한 ‘보험’으로서 여겨졌다. 주택에 대한 소유 열망이 온 사회에 가득 차 버린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는 어느 누군가가 말했듯이 단순히 주거문제에 그치지 않고, 집을 가지고 있는지, 몇 평에 사는지가 ‘사회적 신분’과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부동산 계급사회’가 됐다.

이러한 와중에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는 주택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다 알고 있다시피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확대를 위해 규제완화, 세금축소 등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한다. 국가 개입의 최소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는 국민의 주거 복지가 주택 시장에서 주택을 구매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가소유정책(Ownership society)의 등장이다.

1979년 집권한 영국의 대처 정부는 기존의 공공주택 정책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투자적 요소를 낭비로 규정하고 시장화 조치를 취한다. 공공주택의 시장화 조치의 목적은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기존 공공주택을 사유화시킴으로써 민간 부동산 시장의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다. 이 조치로 1979년부터 1993년까지 매각된 공공주택은 2백만 호에 달했다. 총 공공주택 6백5십만 호의 30%에 가까운 공공주택이 매각됐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자가소유정책에 금융 규제 완화 등의 금융자유화 조치는 급격히 금융 시장이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주택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금융 시장은 수익성 높은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상은 당연히 ‘주택’이 됐다.

주택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며,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소유욕망이 가장 큰 필수재이기도 하다. 또한 주택은 공급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재화이다. 이러한 주택의 비탄력적 공급이라는 특수성은 주택수요가 많을 때에는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택의 성격은 수익률을 최대 목표로 하는 금융 시장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자가소유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주택 시장과 금융 시장을 둘 다 성장시키는 정책의 묘를 발휘했다. 부시의 자가 소유 정책은 미국의 자가 소유율을 2000년 65% 내외에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69.2%까지 상승시켰다.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이 주택을 살 때 금융 회사가 돈을 마구 빌려주는 것을 감안하면, 자가 소유율 4% 상승은 아주 초라한 성적표이다. 그러나 그 초라한 성적표의 대가로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이 고통 받는 주택 시장 거품과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한국사회 역시 미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너십 소사이어티의 종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에서의 주택 정책은 크게 자가소유정책과 그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책 패키지는 주택 시장을 둘러싼 경제 주체들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주택 공급에 있어 커다란 자본의 동원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금융 자유화와 부동산의 증권화로 주택을 공급하는 기업은 대규모 주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프로젝트 파이넨싱(PF)이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와 같은 파생 금융 상품을 통해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주택을 수요하는 입장에서도 별다른 비용의 소요 없이 커다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원의 제약 없는 주택 공급과 주택 소유의 욕망이 만나 오너십 소사이어티는 금방이라도 도래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놀라운 변화에는 주택 저당 증권(MBS), 담보 부채 증권(CDO) 등과 같이 부동산을 비롯한 비유동화 자산을 증권화하는 금융기술의 발전이 있다. 이 금융기법은 주택과 같은 비유동적인 자산을 유동화 시키는 것의 근본적 한계를 보이지 않도록 했다. 즉 비유동적인 기초 자산을 유동화시킨다고 하더라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보면서 마르지 않은 화수분을 떠올렸다. 그러나 주택대출과 같은 기초자산의 부실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그에 따른 위험은 유동화증권과 파생 금융 상품으로 편입돼 연쇄적인 폭발의 가능성을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결국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대출로 그 위험은 현실화 됐다.

한국에서 주택 보급률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9.7% 증가했으나(2002년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저금리 정책 등 막대한 금융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보유율은 같은 기간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국가의 개입 없는 ‘시장’ 중심, 민간주도의 주택공급 정책이 가격상승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자가소유율 상승을 통한 주거 복지 확대 정책은 실패했음을 증명할 뿐이다. 오히려 천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만을 양산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천문학적인 가계 부채는 신자유주의의 자가소유주택 정책이 주택소유의 ‘사유화’가 아닌 사실상 ‘사회화’시켰다는 점을 말해준다. 주택 담보 대출로 인해 주택의 소유권은 자산유동화 금융상품을 통해 어느 누군가의 자산으로 분할되거나, 금융기관의 담보 또는 저당권에 의해 주택의 실질 소유권은 이전되고 말았다. 말뿐인 주택 소유자인 ‘가계’는 금융기관에 ‘월세’를 내는 세입자로 전락한 것이다.

‘시장’을 통한 주거복지의 향상이라는 신자유주의 주택 정책은 이미 파산했다. 한국사회에 있어 민간주도 주택 공급 정책의 폐기와 금융 공공성 강화를 통한 실질적인 주거 복지의 개선 등과 같은 주택 정책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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