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일 /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대표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신문사의 종합편성채널 TV 방송(이하 종편)이 개국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미디어계에는 대재앙이 예견되고 있다. 보수 편향적인 매체에 힘이 실림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여론의 독과점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걱정스럽다.

  종편 출범은 1991년에 새로운 지상파 민영방송인 SBS가 개국할 때와는 다르다. 종편 출범으로 다매체 다채널로 다양성을 보장받기보다는 거대 신문사들이 그의 영향력을 방송까지 확장해 여론의 독과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환경을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사가 방송을 겸업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3대 메이저 신문사들이 신문 시장을 거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 지면의 영향력이 방송까지 확장, 안착되면 몇 배 이상으로 여론을 지배할 수 있다. 신문에서 띄우고 방송 영상으로 세뇌하는 종편사들에게 사람들은 온통 정신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업 폐해는 비교적 언론의 다양성이 정착된 나라에서도 문제시 돼왔다. 미국은 1975년부터 신문‧방송 겸업을 금지해 왔다. 그런데 2007년에 연방통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20개 대도시에서 신문‧방송 겸업을 허용하도록 법을 바꿨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언론의 소유 집중이 여론의 독점화를 가속 시키고 이에 따라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며 이 법을 저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2백만 명의 시민들이 미국 상원, 하원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냈다. 그들은 신문방송 겸업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고자 시민운동을 벌인 것이다. 그 결과 연방통신위원회의 결정은 무효화됐다. 1975년에 제정된 신문‧방송 겸업 금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신문과 방송의 겸업으로 인해 예상되는 여론의 독과점 환경에 직면할 우리 언론소비자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종편이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거기에 대한 대처가 나올 것이다. 종편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영향력’과‘이익’이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신문사의 영향력을 방송 보도를 통해 유지하고 싶을 터이고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종편이 개국되면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바, 조‧중‧동 신문을 통해 익숙하게 접했던 왜곡, 조작의 신문 기사들이 뉴스 영상으로 변환돼 나올 것이다. 듣자하니 조선일보는 신문기자 팀장급들을 방송 보도 본부에 파견했다고 한다. 신문사 편집데스크와 방송국 보도 본부가 일치하니 신문 기사가 방송 뉴스의 원고가 될 것이 뻔하다. 방송사의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의제를 신문과 방송에서 일치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신문에서 익히 보아온 조작의 기법들인‘선택과 배제(뉴스의 가치 왜곡), 정치적 비보도, 이중 잣대(말 바꾸기), 사실과 주장의 혼용, 익명이라는 이름 뒤에 숨기, 선정적 보도’등에 영상편집 기술이 가미돼 표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6월 10일 조선일보는 3만 명 이상 대규모로 모인 대학생 반값 등록금 집회 보도를  단 한 줄의 기사도 싣지 않는 대신, 고려대 의대생의 성추행 사건을 크게 보도하고 외국의 K-POP 팬들의 플래시몹 장면을 1면 기사로 실었다. 이처럼 사회의 중요 의제가 대중들의 관심사 밖으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방송 보도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탈리아 언론을 장악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샌드위치 뉴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정치적 공방이 큰 사안에 대해‘정부-야당-여당’순으로 입장을 듣다가도 결국 정부 입장으로 결론짓는 것이다. 야당의 입장도 방영돼 공정한 보도인 듯 싶지만 시청자들이‘마지막 입장’을 옳게 느끼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할 것이다. 이런 의제에 빠지지 않도록 다중 미디어 시대에 맞게 입체적인 뉴스 보기와 듣기로 우리는 선전 언론의 조작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 

  종편도 실상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시청률을 올리는 데 보탬이 되는 오락과 드라마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선정성, 자극적인 소재나 상황을 더 많이 표현할 수도 있다. 일단 던져보고 반응이 나타나면 계속 양산해 시청자들을 그런 재미에 중독 시킬 수도 있다. 좀 더 자극적인 드라마, 연예, 오락프로그램에 길들여진다면, 다채널로 골라보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보고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종당하게 될 것이다.

  먹음직스럽고 때깔 좋은 사과지만 독이 있다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눈에 띄게 아름다운 버섯은 독버섯일 확률이 높다. 종편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색다른 포맷을 보여준다며 기존 방송에서 시도되지 않은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을 유혹할 것이다. 이러한 시청률 지상주의에 휘둘릴 수 있다. 언론 소비자 스스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종편은 지상파와의 경쟁에서 망할 수도 있고 4군데가 경쟁하다 1곳만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4개냐 1개냐가 아니다. 종편은 인수합병을 통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으며 재벌이 종편에 뛰어 들 수도 있다. 단 1개도 살아남지 않도록, 한국판 폭스TV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송 프로그램은 언론소비자의 주권으로 도태시켜야 한다. 거부하고 배척하고 외면하지 않으면 국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와 같은 인물이 쉽게 등장해 권력을 맘껏 휘두르게 될지 모른다. 우민화 혹은 조작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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