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호 / 영상문화기획자

  한국의 인디 뮤직비디오를 눈여겨 본 적 있는가? 한국의 인디 뮤직비디오는 자생적 문화에서 일궈졌기 때문에 그 방식이 상당히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실험적이다. 인디 뮤직비디오는 디지털 영상문화와 함께 총 세 시기로 살펴볼 수 있는데, 자생적 성장기인 1990년대 후반, 타문화와의 접목시기인 2005년 전·후, 영상담론 시기인 2010년대로 그 흐름의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윈디시티의 <저수지의 개들>, (감독 최진성, 2010)
윈디시티의 <저수지의 개들>, (감독 최진성, 2010)

  1990년대 인디 밴드 문화의 메카로 알려진 홍대 앞을 중심으로 디지털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노브레인, 크라잉넛, 허클베리 핀, 안Ahn, 황보령 등 1세대 홍대 앞 인디 밴드 세대들이 처음으로 인디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이때 인디 밴드들과 작업한 감독이 현재 영화, 뮤직비디오, 미술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지웅 감독이다. 초창기 크라잉넛의 <서커스 매직 유랑단>(1999), Ahn의 <러브 레터>(1999) 등을 그가 만들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홍대 앞 인디 밴드의 흐름과 더불어 이 시기 한국 인디 뮤직비디오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독보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조금씩 인디 레이블이 생겨나면서 독립/상업 영화 감독들이 인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는 사례가 이전에 비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지우개 따먹기>(1999)를 연출한 민동현 감독이 인디 레이블인 카바레 사운드 소속 오 브라더스의 <시원한 바닷물에 퐁당 빠진 로맨스>(2004), 데프콘의 <길>(2003)을 작업했다. 이 시기 상업영화 <거울 속으로>(2003)를 연출한 김성호 감독은 사지타의 <남극의 밤>(2004), 코코어의 <문 패트롤>(2006) 등을 작업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이 지속되자 2000년대 중반 홍대 앞은 침체기를 맞았고 경영난에 시달려 문을 닫는 라이브 클럽들도 생겨났다.

  2010년 전·후로 문화 영역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뮤직비디오의 쓰임은 영상 예술 장르, 행동주의 영상의 다양한 흐름으로 더 확대되고 변화했다. 5.18 다큐멘터리 <오월애>(감독 김태일, 2010)의 ost로 참여한 시와, 홍대 앞 두리반과 인디 음악인들을 담은 <뉴타운 컬쳐파티>(감독 정용택, 2011), 4대강 반대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윈디시티의 <저수지의 개들>(감독 최진성, 2010)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다수의 인디 뮤직비디오가 상업 뮤직비디오와 별반 차이가 없이 말끔해진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인디 씬들의 다양한 자율 창작성이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반영되면서 대안적인 영상문화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음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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