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머릿수를 앞세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일방적 표결 처리 하에 날치기 통과됐다.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과거 민주화 운동의 선두 주자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 뒤, 민주당은 기자 회견을 열어 ‘정권 교체’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한미 FTA에 대항하는 민주당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 통과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누구는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막무가내로 FTA를 통과시키고, 다른 누구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며 그 누구를 비판하고, 또 누구는 그 와중에도 밥그릇을 챙기느라 이리저리 말을 바꾸니 제정신으로 버티려야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살을 째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섰다. 정신줄 놓은 경찰이 개개인을 조준해 물대포를 쏘았지만, 그들은 옷이 찢어지고 고막이 터지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날, 단체로 우비를 입고 경찰에 맞섰다. 이 추운 날씨에 시위대는 부당한 폭력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수만 명의 시민들이 여의도 광장에 몰려들어 한 목소리로 ‘가카 캐롤’을 불러도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막을 순 없었다. 이 대통령은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꿋꿋하게 한미 FTA 이행 법안에 서명했다. 심지어 고위 관료들을 청와대로 불러 꼼꼼한 사후 대책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손해가 명백한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꼴이라니, 정말 헛웃음만 나온다.

  억울하고 허탈하고 기가 막힌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FTA를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가 파탄 수준으로 치달았을 때의 이야기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FTA 발효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비준 동의를 취소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관료와 정치인들 그리고 생활 경제의 밑바닥에 있는 시민들이 손을 맞잡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의 대중은 한미 FTA에 암묵적 동의를 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찰 또한 권력의 개 노릇은 그만두고 정말 물대포가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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