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 영상문화기획자


  아하는 <테이크 온 미>를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노르웨이 밴드다. 리드보컬 모튼 하켓은 당시 24살이었고, 키보드의 맥스 푸루홀멘, 기타의 폴 왁타는 22살이었다. 이들은 1981년에 그룹을 결성해 1985년 가을에 <테이크 온 미>가 포함된 앨범 《Hunting High & Low》로 데뷔했다. MTV가 미국 출신의 팝 시스템으로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명의 노르웨이 그룹이 전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아하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 약 3천만 장의 음반 판매와 함께 40개국에서 63곡이 1위를 했던 전설의 밴드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이렇게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스티브 배런의 공이 크다. 

아하의 <테이크 온 미>, (감독 스티브 배런, 1985)
아하의 <테이크 온 미>, (감독 스티브 배런, 1985)

  연필로 스케치된 24살의 꽃미남 모튼 하켓이 움직이면서 현실 세계의 여배우를 연필 스케치 만화에 끌어들인다. 극영화를 창시한 조르쥬 멜리야스가 마술사였던 것처럼, 스티브 배런은 텔레비전을 재현의 마술상자로 둔갑시킨다. 이게 인간이 영상매체에 혼이 나가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존재하지 않는 만화 캐릭터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만화 캐릭터로 재현되는 이 기법은 큰 파급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의 비디오 어워드 9개 부분에 수상과 함께 전 세계 ‘아하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이 뮤직비디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과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로토스코핑 기법’에 있다. 80년대는 다양한 이펙트 기법이 새롭게 선보이면서 비디오아트나 뮤직비디오에 시도되기 시작했다. 또한 80년대 미국은 뮤직비디오와 비디오아트가 서로 예술적으로 영향을 주며, 패러디를 하거나 밴치마킹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때 나온 로토스코핑 기법은 <테이크 온 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수없이 쓰였다. 로토스코핑 기법이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조합해서 필름 프레임에 합성하는 방법이다. 

  모튼 하켓의 손이 만화책에서 나와 실사인 꽃미녀에게 손을 건네는 장면, 거울을 사이에 두고 실사와 연필스케치 애니메이션이 교차편집으로 나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덧붙여 꽃미남 모튼 하켓이 주인공 여성을 만나기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실사(현실)로 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면? 이 얼마나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스토리인가. 이후 한국의 음료회사에서는 조용필을 주인공으로 로토스코핑 기법이 쓰인 벤치마킹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가을, 옆구리가 시린 분들에게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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