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곤 /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지금의 미디어 산업을 이야기하면서 광고를 빼놓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광고는 때때로 미디어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마저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힘을 발휘한다. 그때 미디어 콘텐츠는 광고 그 자체다. 한 남자의 일생을 생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를 통해 사람들의 훔쳐보기 욕망, 미디어의 폭력성을 지적한 영화 <트루먼 쇼>(감독 피터 위어, 1998)는 미디어 상업주의와 시청률 경쟁, 광고와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는 교과서다.

<트루먼 쇼>(감독 피터 위어, 1998)
<트루먼 쇼>(감독 피터 위어, 1998)

  극중 연출가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가 당당히 밝히는 대로 이 거대한 리얼리티 쇼에 등장하는 모든 상품은 간접광고(PPL)다. 그리고 이 광고들은 가장 중요한 재원이므로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무조건 ‘노출’이 우선이다. 트루먼(짐 캐리)이 매일 아침 마주치는 쌍둥이 형제는 광고를 부각시키기 위해 부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트루먼의 아내(로라 린니)는 과일껍질 벗기는 칼이나 잔디 깎는 기계가 새로 나왔다고 소리를 지른다. 갈등이 극도로 치닫는 상황에도 아내는 “천연 재료로 만든 코코아가 제일 맛있다”는 어색한 대사를 날리고, 트루먼의 친구는 대화 도중 수시로 맥주 캔을 손에 쥐고 “이것이 바로 맥주”라며 미소 짓는다.

  <트루먼 쇼>는 태어날 때부터 스튜디오에 갇혀 모든 일상이 공개된 트루먼의 삶처럼,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의 일상을 그려낸다.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대한 역할이 되면서 미디어는 시청률 경쟁과 선정성, 상업주의로 물든다. 일상적 미디어 콘텐츠가 광고에 좌우되면 공공성이나 다양성과 같은 가치는 무시된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혹은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일정한 포맷을 반복생산하면 그만이다.

  영화는 트루먼이 오랫동안 스튜디오를 탈출하지 못했듯이, 광고로부터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미디어의 현주소를 ‘리얼하게’ 내보인다. 물론 광고주가 내미는 돈으로 미디어 기업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놓는다면 우리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하위권을 맴도는 야구팀이 당장 우승하기를 고대하는 것처럼, 광고로부터 자유로운 미디어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되고 있다. 그리고 <트루먼 쇼>에서 말하던 리얼리티는 진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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