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번쯤 가져보았을 궁금증이다. 우주는 정말 성경에서 말하는 전지전능한 신이 창조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가 폭발해서 저절로 생겨난 것일까.
현재의 표준적인 우주 생성 모델은 빅뱅이다. 우주는 137억 년 전에 무한히 작은 한 점에 모든 물질이 모여 있다가 대폭발을 거쳐 지금의 우주처럼 팽창했다는 것이 바로 빅뱅 우주론이다. 무한히 작은 점에서 폭발적으로 우주가 탄생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주론자들은 빅뱅이 시작된 시점을 태초라고 부른다. 빅뱅 우주론에서 태초는 어마어마한 밀도와 온도를 가진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는 현재의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학의 법칙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래서 특이점이라 불린다.

태초의 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재 팽창하고 있는 우주 공간을 시간적으로 거꾸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이는 과거로 돌아갈수록 수축된다는 의미이다. 지구, 태양, 은하 등 우주의 모든 물질을 과거로 되돌리면 결국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온도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매우 작은 한 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작은 점이 대폭발을 해 우주가 생성됐고, 그 폭발에 의한 팽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빅뱅 후 10-35-10-32초 사이에 우주의 크기가 10-33㎝ 정도에서 10-3cm 이상으로 커졌다고 한다. 초기의 우주는 평탄한 우주였다. 바람을 불어넣기 전의 풍선이 평평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공간이 1030배 이상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물질이 만들어졌다. 급팽창을 일으키던 기운이 위치마다 다른, 즉 급팽창 때 생긴 미세한 밀도 차이가 중력으로 인해 점차 커지면서 지금과 같은 별과 은하계 등 거대우주 구조가 형성됐고 인간과 지구도 탄생했다.

그런데 태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태초 이전은 뭐냐’고 묻는다. 우주가 시작된 시점이 있다고 하면 그 이전은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 이론은 우주론자들을 무척이나 괴롭혔던 주제다. 이 의문을 설명할 수 없어 그동안 우주론자들은 태초의 특이점을 제거하려는 쪽으로 노력해 왔다. 태초가 시공간의 특수한 점이라면 우주의 탄생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킹의 허수시간은 이 질문을 의미 없게 만든다.

     
 

호킹의 무경계 우주론
호킹은 1983년 제임스 하틀과 함께 자신의 ‘무경계 우주론’으로 태초에 대한 의문을 훌륭하게 설명했다. 무경계 우주론은 우주에는 시작이나 끝을 나타내는 시간적 경계가 없으며,  공간적 부피는 있되 경계가 없다는 것, 즉 우주는 마치 둥근 지구 표면처럼 면적은 있지만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다.

호킹은 ‘태초 이전은 뭐냐’고 묻는 것은 ‘북극점에서 더 북쪽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언젠가는 북극에 도달한다. 하지만 북극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수 없다. 북극에서는 북쪽이라는 방향조차 없다. 동쪽이나 서쪽도 없고 오로지 남쪽이라는 방향만 존재한다. 따라서 북극에 서있는 사람이 어느 쪽으로 간다 해도 그 쪽은 모두 남쪽인 것이다.
그는 또 태초보다 10분 전의 시간에 대해 묻는 것도 지구의 북극에서 북쪽으로 1㎞ 간 지점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빅뱅이란 공간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태초에 도달하지만 태초에 도달하면 더 이상 과거는 없고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수가 무엇이기에 이런 이론이 가능할까? 실수와 허수가 합쳐진 수를 복소수라고 부르고, 여기에는 허수단위 ‘i’가 도입된다. i는 제곱을 하면 -1이 되는 수다. 도대체 허수라는 숫자가 왜 필요하고 생뚱맞게 i라는 영문 알파벳까지 끌어들이는 걸까.

수학적으로 들여다보자. x²-2x+2=0이라는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x-1)²=-1이라는 식이 얻어진다. 수의 개념이 실수까지라면 이 방정식의 해는 없다. 어떤 수의 제곱이 음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허수 개념을 도입하면 x=1+i, x=1-i라는 해가 얻어진다.

여기서 x축은 실수, y축은 허수인 평면좌표를 떠올리면 허수의 개념이 더욱 멋지게 풀이된다. 출발점은 음수끼리 곱하면 양수가 되는 곱셈의 법칙이다. -1에 -1을 곱하면 왜 1이 될까. 평면좌표에서 1은 (1, 0)으로 표시되는데 앞부분은 실수부, 뒷부분은 허수부다.

좌표에서 1의 위치는 x축 위의 한 점이다. 1에 -1을 곱한 값인 -1은 원점을 기준으로 180도 돌아 x축의 반대방향에 위치한다. 결국 음수를 곱한다는 것은 점을 180도 회전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여기에 -1을 또 곱하면 다시 180도 돌아 원래 양의 x축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허수를 곱하는 건 점을 90도 회전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1에 i를 곱하면 i가 된다. 이를 복소평면으로 표시하면 (1, 0)에서 (0, 1)로 바뀌며 x축 위의 점이 y축으로 옮겨간다. 여기에 i를 한 번 더 곱하면 90도가 더 돌아가 (-1, 0), 즉 -1이 된다. 허수의 제곱이 음수가 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주가 역행할 때 시간이 가고, 북극에 다다랐을 때 오로지 남쪽이라는 방향만 존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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