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곤 /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언론의 보수화는 공정함과 균형, 그리고 불편부당이라는 중요한 가치들을 곧잘 무너뜨린다. 정치권에 아부하고 기업과 손을 잡아 보수화된 언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매우 크다.
 
  1천3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 2006)은 잘 알려진 대로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살던 한 가족이 갑작스레 나타난 괴물과 벌이는 사투를 다룬 작품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는 사실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왜곡시키는 보수 언론의 행태를 괴물만큼이나 신랄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극중 인물 남주(배두나)는 양궁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는 날, 괴물이 조카 현서(고아성)를 덮치고 오빠 강두(송강호) 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오해를 받는 바람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날 방송 뉴스에서 남주는 바이러스 보균자이면서 관계자와 서슴없이 악수를 나누는 ‘숙주’로 묘사된다. 

                                                              <괴물> (감독 봉준호, 2006)
                                                              <괴물> (감독 봉준호, 2006)

  다른 가족들은 위험천만한 바이러스 ‘덩어리’가 된다. 설익은 채 보도되는 뉴스는 사람들을 옥죄고, 길거리 시민들은 옆 사람의 재채기 한 번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영화 속 언론은 우스꽝스럽다. 사실보다는 당장의 ‘기사감’만 쫓는다. 괴물에 맞서 싸웠다는 미군을 추모하느라 법석이고, 그동안에 바이러스의 힘은 부풀려진다.
 
  물론 현실에서의 언론이 모두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언론의 모습을 보면 <괴물>의 상황과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다. 보수 정치세력의 미디어 장악이라는 오해 때문일까?

  요즘 방송에서 유난히 국가적 가치나 도덕, 품위를 내세우는 모습이 수상해 보인다. 저속한 언어를 썼다며 예능 프로그램이 경고를 받고 쓴소리 잘 하던 방송인은 요새 얼굴이 안 보인다. 묵직한 뉴스 대신 걸그룹이 유럽에서 열광적 환대를 받았다거나 유행하는 패션 소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언론의 보수화는 미국의 ‘폭스뉴스’가 그랬듯이 다양한 이슈에서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을 홀릴 수 있다. 사실은 윤색되고, 보도는 선정적인 소식으로 장악된다.

  이처럼 언론이 입을 닫거나 잘못 놀리면 어떻게 될지 <괴물>의 마지막 컷은 우리에게 미리 귀띔한다. 시끄러운 소음일 뿐인 뉴스를 발가락으로 꾹 눌러 끄고, 따뜻한 밥 한술 뜨는 아이의 모습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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