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 CBS 대기자


  현 정부는 방송의 존재가치나 이유를 인식하는 데 있어 ‘소통 및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미디어·통신 산업’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상업적 방송관은 방송을 컨텐츠 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방송이 국제 경쟁력 확보 및 경제 활성화의 도구적 수단으로 치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부는 1) 방송정책 2) 방송의 관리통제 3) 저항에 대한 제재를 동원해 왔다. 항목별로 구분해 살펴보자.

  1) 이명박 대통령의 산업적 방송정책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종합편성 채널의 과도한 허가와 정책적 특혜 지원이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유료방송 산업의 활성화, 고용창출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보수성향의 4대 신문과 독점 통신사에 방송채널을 허가함으로써 여론의 획일성을 도모하고 있다. 
 
  2) 방송의 관리통제를 위해 먼저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에 최측근인 최시중 위원장을 앉혔다. YTN과 KBS에는 특별보좌관 출신(구본홍, 김인규)들을 사장으로 내세웠다. 이로 인해 두 방송사는 직원들의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이 벌어졌고, KBS 정연주 사장은 강제 퇴진당한 뒤 법적투쟁에 나서게 됐다. MBC 또한 김우룡 이사장을 통해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김재철 씨가 무사히 사장에 안착했다. 이들 낙하산 사장들은 취임 직후 주요 보직 간부들을 보수 성향의 측근들로 바꿔 전체 조직의 장악과 통제에 나섰다.

  3) 현 정부 들어 벌어진 언론 탄압은 언론인 단체들의 집계로는 48회에 이른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신호탄이었던 YTN 사태에서는 기선제압을 위해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행해졌다. 이 사건을 비롯해 각종 사건으로 기소된 방송인은 61명이다. 또 MBC의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보도한 PD 수첩 제작진 3명이 연행 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해 언론인 7명이 집권 기간에 연행됐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회사의 징계를 받은 방송인은 249명에 이른다. 

  이처럼 정부의 산업적 방송관과 위압적 통제는 방송사 조직의 경직과 이념적 보수화를 급격히 진행시켰다. KBS에서는 탐사보도팀의 해체작업이 진행됐다. 20건이 넘는 기획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150건이 넘는 탐사리포트를 보도해 외부로부터 29건의 언론상을 수상한 팀이지만 신임 사장 취임 직후 해체돼 팀원들은 타 부서 및 지역으로 흩어졌다. 

  YTN을 사회에 알린 취재보도 <돌발영상>은 인터넷 메인화면에서 쉽게 찾기 어렵도록 구석으로 밀려났고 담당 기자들도 타 부서로 이동 조치됐다. MBC <PD수첩> 등 고발프로그램들을 이끌었던 진보 성향의 PD와 기자들은 그동안의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로 전직됐다. 해설위원 중에서도 비판적 성향을 내보인 사람은 방송직을 떠나 관리직으로 전환됐다.

  또한 대통령 측근의 사장과 휘하 간부들은 인사조치나 결제, 심의과정을 통해 철저한 내부검열로 방송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 공영방송 NHK가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뒤 상업방송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방송에서는 선정성만 남고 저널리즘이 사라진 전철을 우리 방송계가 뒤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 밖에 방송현장에서 빚어지는 왜곡과 이념적 보수화 사례를 인터넷 언론에 최근 보도된 비판 기사의 제목을 인용해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안철수 현상 축소하는 가카 헌정방송?>(미디어스, 9월 15일자), <방송가에 드리운 뉴라이트 그림자 - 이승만, 박정희, 김정일 조명 잇달아>(PD저널, 10월 12일자), <MBC 내부 기자의 곤조도 기본도 사라졌다>(미디어오늘, 10월 13일자) 

  또한 방송 프로그램이 비즈니스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화와 콘텐츠 수출, 수익의 창출 강조는 지상파 방송사가 기업적 영역을 강화하도록 만든 것이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큰 품목을 개발함으로써 초과이익을 내고 진입장벽을 제거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속성이다. 지상파 방송사도 이에 따라 수신료 인상 로비(KBS), 미디어렙 독자운영 고집(MBC, SBS), 연예 오락 및 서바이벌 프로그램 양산, 선정적 드라마에 역량을 쏟고 있다. 

  공정성이 강화된 뉴스, 고발성 짙은 탐사 프로그램이 한류콘텐츠로 수출될 리도 없고 광고 수익을 높이기도 어려우니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무엇보다 탐사고발 프로그램 등은 이념적으로 현 정부를 거스르는 작품들이 주여서 방송사 스스로 프로그램 축소와 제작진 솎아내기에 나서고 있다.

  이상의 결과로 살아남기 위한 자기검열이 강해지면서 방송계 내부에서도 자괴감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방송 관계자들의 각성과 분발이다. 현장에서의 불만과 고충을 직능단체별로 결집하고 노조를 통해 확산시키는 저항이 실천돼야만 한다. 

  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언론노조·기자협회·피디협회 등의 직능단체와 시민언론운동단체와의 연대도 절실한 형편이다. 그리고 공영방송 내지는 준공영방송이 여야를 불문하고 집권세력의 손 안에 놓이게 되는 사장 임명 절차의 구조적 결함을 개선하는 시민적 합의와 운동이 필요하다. 사장 추천 절차 및 이사회의 구성, 경영과 방송의 분리에 의한 자율성 확보장치의 보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방송학계의 편향성도 지적될 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방송사 이사회나 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방송학자들의 비판과 견제는 방송의 개혁과 균형을 위해 필수적이며 학계 전반의 비판적 연구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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