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 영상문화기획자

     

  

라디오헤드의 (메셸 공드리, 2001)
라디오헤드의 (메셸 공드리, 2001)

  미술에 살바도르 달리, 마그리트, 영화에 루이스 브뉴엘, 만 레이 등의 초현실주의 대가가 있다면, 뮤직비디오에는 미셸 공드리가 있다. 영화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가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 장르인 초현실주의 영화 계보를 잇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1970년대 비디오아트가 아닌, 1930년대의 초현실주의 영화가 떠오르는 건, 그의 작품이 꿈, 환상, 상상, 내면 등 ‘초현실’적인 파편적 이미지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공드리가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뷔욕의 <인간행동>(1993)이었다. 이 작품이 모든 뮤직비디오 어워드를 휩쓸면서 그는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CF 광고를 제작하게 된다.

  뷔욕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미셸 공드리의 시기별 영상화법을 알 수 있다. 초기의 <인간행동>에서는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영상공작 놀이 기법이다. 가위로 자르기나 종이접기 등의 ‘종이공작’을 영상으로 가지고 온 것 같은 영상공작 놀이 기법은 자르기와 붙이기의 기능이 영상 안에서 얼마나 묘술을 부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시너드 오코너의 <Fire On Babylon>(1994)에서도 보인다.

  두 번째 특징은 ‘낯설게 하기’를 위한 편집과 촬영기법이다. 1초도 안 되는 빠른 화면 전환과 인간이 갖고 있는 연상기법의 트릭을 이용하는 몽타주 기법이 미셸 공드리의 작업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가 연출한 벡의 <Deadweight>(1997) 뮤직비디오에서도 몽타주 기법이 함축적인 의미를 재생산하면서 짧은 영상이 긴 여운을 갖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 미셸 공드리의 작업에서 가장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동화적 테제들이다. 의인법이나 활유법들이 유아적인 상상력과 충돌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애벌레의 얼굴에 성인의 얼굴을 꼴라주하거나, 어떤 장면은 동화 <걸리버 여행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뷔욕이 연못에 떠있는 장면은 밀레이의 그림 <오필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가상성과 시공간의 분절, 순간이동 등이 일어나는 꿈의 공간에서 비관습적인 특성들은 정당화된다. 미셸 공드리의 비관습적인 영상화법은 인간의 잠재적인 무의식을 자극한다. 라디오헤드의 <Knives out>(2001)를 보면 미셸 공드리가 무의식과 인간의 마음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정말 뛰어난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초현실주의 예술이 ‘꿈의 해석’에 머물렀다면,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 아트는 ‘정신의 치유’까지 도달한 예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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