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뉴욕 월가에 수백 명의 젊은이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이 금융 자본의 탐욕 때문이라며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로 시작된 시위는 미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대서양을 건너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 유럽 대도시로 번졌다. 지난 15일에는 82개국 950개 이상의 도시에서 ‘1%를 위한 세계 금융 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서울을 점령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이날 월가 점거 운동을 벌이고 있는 ‘Occupy wallst’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자유주의가 미래를 저당 잡고 있다. 오랫동안 99%가 경제에서 소외당했다. 우리는 1%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과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주장하는 바가 중구난방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번 시위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민들을 각성시키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그런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공명정대하지 않고, 금융 자본의 탐욕과 각종 부정부패, 양극화로 병들고 고장났다.

  부실 저축 은행 사건만 봐도 그렇다. 이들은 차명 계좌로 불법 대출을 받아 리스크 높은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수십억 원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겼다. 감사원은 뇌물을 받고 저축 은행의 부실을 못 본 체 했으며, 김두우 대통령 홍보 수석 비서관은 부산 저축 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도를 넘은 정치권과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는 시민들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

  대한문을 물들인 피켓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당당한 맞섬의 목소리였다.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려라’, ‘물가 폭등 못 살겠다. 실질임금 인상하라’, ‘반값 등록금 실행하라’. 그렇다. 우리가 99%다. 더 이상 1%의 배를 불리기 위해, 그들이 흘린 밥알을 주워 먹기 위해 부당한 현실을 눈감아 줄 수 없다. 위기에 처한 것은 세계 경제가 아니다. 그 동안 비도덕적 착취와 수탈을 저질러 온 대형 금융 자본과 가진 것을 내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1%의 부자들이다. 그들을 살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은 이제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이제 우리는 99%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경제 이념을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