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렬 /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2010년 중국의 GDP는 5조9천억 달러로 일본을 앞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1990년 일본 GDP가 3조 달러를 넘은 데 비해 중국 GDP는 3천8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음을 생각하면, 중국의 경제적 팽창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중국은 1조6천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해 세계 총 수출의 10%를 차지했다.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의 수출국이 됐으며, 외환보유고 역시 2011년 8월 현재 3조2천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외형적 규모 확장에 더해 세계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경제 질서와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79년 개혁개방에 착수한 이후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하는 13억 중국 인구는 산업사회에 진입했다.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와 같이 거대한 인구 집단이 산업화된 것은 인류 역사상 초유의 경험이다.

  중국은 송대와 명청시대로 이어지는 동안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와 발전된 문명으로써 다른 지역을 압도했으나,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으로 뒷받침되는 근대 시민사회가 출현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편전쟁의 굴욕으로부터 시작된 100여 년의 혼란기에 빠졌으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1978년 개혁개방 착수 이전의 30년 역사 역시 마오쩌둥의 극단적 정책으로 인해 낙후성을 벗어날 수 없었다. 덩샤오핑에 의해 주도된 개혁개방은 사회주의 체제 이행을 뛰어 넘는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변화에 대한 이해의 핵심은 서구의 산업혁명 이후 지속된 서세동점 하에서의 상대적 약세와 낙후성을 극복하고 다시 중화의 시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시장화를 통해 짧은 기간에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역사순환론적 관점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화가 가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직은 불투명하다.

  시장지향적 개혁개방을 바탕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이뤄진 중국의 산업화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우선 국가주도형 투자 중심의 성장모형 정착이다. 2010년 중국이 기록했던 10.3%의 GDP성장률 중에서 투자가 기여한 부분이 54.8%, 소비와 수출의 기여도는 각각 37.3%, 7.9%로 나타났다. 더욱이 2011년 3분기까지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59%로 증가했다. 이는 다른 시장경제 국가의 일반적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20% 수준인데 비해 중국의 경우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투자에서 공식적으로 공유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조금 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비공유경제의 투자라고 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투자 항목의 비중이 높아서 중국은 ‘국가주도형 투자’에 의존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저임금에 의존한 중국의 성장 방식이다. 최근 중국 연안지역에서의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독점적 공유기업 근로자나 외자계열 기업의 관리직과 숙련공 등 제한된 영역에서의 이야기며, 중국 노동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순노동자 및 농민공 등의 임금은 여전히 생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농촌지역에는 여전히 잠재적 대규모 실업인구가 존재한다. 과거 30여 년 간 중국의 성공적 경제성장은 사실 이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의 존재에 의존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소비주도형 성장’ 정책의 성공 여부는 소득 양극화 현상과 저임금 노동 의존형 성장방식을 얼마나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대개 0.4를 넘어서면 사회 불안정 정도가 심화된다는 지니계수가 중국의 경우, 이미 0.5에 이르고 있다는 점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셋째, 외자 의존형 산업화로 인한 경제의 이중구조이다. 중국에는 전 세계 500대 기업이 모두 진입해 있다. 또 대만계 전자기업인 팍스콘이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의 수출에서 가공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40% 이상이며, 외자기업의 수출을 더하면 중국 총 수출의 60%가 가공수출 또는 외자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셈이다. 다국적 기업과 국제금융자본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중국은 세계 공급사슬의 중요한 축이 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중국경제의 구조적 특징은 중국이 비록 ‘수출대국’이 됐으나, 아직 ‘수출강국’이 되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수출 규모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 및 기술적 창조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약요인을 감안할 때, 중국이 산업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과 시민사회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중국은 아직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을 넘어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체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관 주도형 경제의 비효율성과 비민주성, 다국적 기업 의존형 기술체계와 이중 경제구조의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다. 이와 같은 취약성은 국가주의적 속성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중국의 외교정책과 세계관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조선의 모화사상에 기초한 중국과의 수직적 관계를 경험했던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이와 같은 팽창적 국력 과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세계 최대 인구의 대국이 짧은 기간에 산업화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기후변화 및 환경, 동북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는 곧 우리의 과제다. 중국은 분명히 한국경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나, 중국의 산업화가 수반하는 불확실성과 위험요인에 대처해야 하는 점은 한국의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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