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은 / 메르시보니 대표

  오늘 날 ‘웰빙’이라는 주제 아래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 속에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이 정확하고 올바른 방향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인터넷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외적인 부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외모를 시작으로 자신들의 사생활이나 먹는 음식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식생활 수준까지도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됐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들이 먹는 요리가 어느 나라의 음식이며 누가 주로 먹는지, 또는 일반적인 인식으로 볼 때 어느 정도의 위치나 가격,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통해 그 음식에 대한 가치를 너무나 쉽게 평가하고 우월성을 결정하는 잘못된 생각과 습관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문제는 인터넷 문화의 등장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상존해 있었다. 경제의 급격한 발전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발 빠르게 들어온 외국 문물을 받아들인 탓에, 서양에서 들어온 것은 무조건 좋고 값어치가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국가나 기타 개발도상국에서 온 것은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내재되게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외국음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 또한 가지게 됐던 것이다.

  한 식탁 위에 프랑스, 한국,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놓여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음식들을 먹어보지 않고 단순히 평가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랑스 음식, 한국 음식, 베트남 음식 순으로 우월한 것이라 평가할 것이다. 이를 보면 대개의 경우 음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경제적 발전 = 문화적 발전’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항상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각국의 음식 사이에 우월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혹은 음식의 가치를 평가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얼마 전에 세계적인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쉐프로 유명한 ‘피에르 가니에르’가 한국을 방문했다. 레스토랑에서 그의 초청회가 진행됐는데, 식사 도중에 어떤 사람이 그에게 프랑스의 비둘기 요리와 한국의 개 요리를 두고 어떤 요리가 더 나은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모두가 당황해 하는 가운데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음식에는 우월이란 있을 수 없다. 맛이 있고 없고의 차이 또한 없다.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결정되는 것뿐이다.”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거기에는 그 나라의 고유한 역사, 문화, 철학이 담겨 있고 그것들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생활 방식이 어떠한지, 음식에 대한 지식은 얼마나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몸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음식에 대한 그 사람만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가치가 평가된다는 것으로 그의 주장은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배제한 채 너무 주관적이거나 또는 틀에 박힌 시각으로 음식에 대해 평가하고 그 우월을 가린다는 것은 진정한 음식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그릇된 행위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와인을 고급문화를 가진 선진 국가에서 생산되었다는 점과 가격이 비싸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막걸리보다 더 고급스럽고 품질이 뛰어난 가치 있는 술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와인이든 막걸리든 각 생산지역의 토양이나 기후, 환경에 따라 생산되는 특정작물을 원재료로 삼아 특색에 맞게 만들어지는 술이다. 굳이 평가를 해야 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노력을 통해 좋은 상품으로 생산되었는지, 즉 우수함을 말할 수는 있어도,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식 문화보다 집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하는 가정식이 발달했기 때문에 고급스럽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 외국 음식을 먹는 일이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으로 외국 음식이 우리나라 음식보다 고급스럽다고 쉽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르 꼬르동 블루 도쿄 분원의 다니엘 마르탱 교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만난 프랑스 요리는 너무도 고급스러웠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 한국인들에게 인식되는 프랑스 음식은 프랑스 현지에서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고급화되어 있다”며, 평소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가의 음식이 보편적인 프랑스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프랑스 요리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고가의 재료들이 사용되는 것들이 많다. 완제품 역시 고가에 판매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에는 프랑스 요리 자체가 고급 음식 문화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켜나갈 수 없다. 

인식에 의해 결정되는 미각

  얼마 전 인터넷 상에서는 ‘세계 10대 혐오음식’이라는 것이 화제가 됐다. 미국 ‘포브스’지에서 선정한 것으로 세 가지를 제하면 모두 아시아의 음식으로 구성됐다. 또 우리나라의 모 프로그램에서는 ‘세계 최고의 악취 음식’이라는 것을 선정하여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타국의 음식에 헛구역질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경우에 모두 자국 혹은 자기가 속한 문화권의 음식이 타국의 것보다 훌륭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항상 외국 음식을 우리나라 음식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경제적 수준이나 일반적 인식 등 다양한 것들이 개입한다. 햄버거나 핫도그와 같이 일반적으로 질이 낮은 것으로 취급 받는 음식과 한류열풍과 함께 주목받는 비빔밥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빔밥이 햄버거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이는 언론매체를 통해 인스턴트 음식의 대부분은 트랜스 지방 성분이 많아 성인병을 유발시키고 화학적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음식이라는 등 사람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만이 강조된 탓에 햄버거가 기피음식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이 또한 햄버거 자체의 역사와 가치를 무시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그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햄버거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회사의 상업적인 홍보로 인해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되어 나오는 음식으로,  건강식보다는 바쁜 현대인들의 식사대용식품으로 알려졌고 기계화와 산업화 방식으로 생산됐다는 인식을 얻었다. 사실 햄버거 또한 그 자체의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타타르족의 음식이 독일 함부르크로 넘어가 다시 뉴욕에서 세계로 퍼져나갈 때까지의 과정에는 단순한 음식의 발전만으로는 치부할 수 없는 인류의 역사가 숨어있다. ‘햄버거’ 자체가 질이 낮은 음식이 아니라 상업적 홍보와 불투명한 생산방식으로 인해 생겨난 ‘패스트푸드 햄버거’로 인해 잘못된 오해와 편견이 생겨 본질적인 음식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모든 음식에 똑같은 재료가 쓰이지 않는 것처럼 좋은 재료를 선별하여 건강에 중점을 둔 햄버거의 경우 나쁘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으므로 무조건 배척하고 나서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또한 모든 음식이 좋은 재료로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아무리 깊은 역사와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라도 상업인의 이기적인 생산방식과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 사용으로 그 가치가 변모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음식은 고유의 역사는 물론 음식을 생산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또한 가치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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