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한 강사가 성균관 대학교 교정에 ‘야외 강의실’을 차렸다. 배정받았던 강의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박탈당한 성균관대 동양 철학과 류승완 씨(43)가 대학 본부 앞에서 40여 일 동안 일인 시위를 벌인 끝에 길거리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강의가 시작된 첫 날 그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8명. 하지만 지나가던 많은 학생들이 그의 열의에 찬 강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류 씨는 학교 운영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2011년 2학기 강의를 박탈당했다. 강의를 배정받은 지 이틀 만에 강의 취소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지도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대학 본부에서 강의를 뺐다”는 내용뿐이었다. 대학 본부는 처음부터 강의를 배정한 적이 없었다고 발뺌하다가, 일인 시위가 여론의 관심을 끌자 “강의 배정은 학과에서 하는 것이지 본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 측의 전형적인 모르쇠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맞는 말이다. 강의는 학과에서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문제는 아무도 이러한 상식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균관 대학교는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대학 스스로 학문과 진리 탐구의 상아탑이 되길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억압은 기업이 학교 재단의 자리로 들어오면서 노골적으로 행해졌고, 어느새 대학의 이윤 추구는 낯설지 않은 목표가 되어 버렸다. 이윤 추구와 수업권 통제가 어휘만 다를 뿐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교수 및 강사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이유는 좀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대학에 불만의 목소리가 많아질수록 ‘합리적인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이렇듯 학문의 자유로운 흐름이 막히고, 교수들이 학과의 권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 대학원생들을 좌절케 한다. 비판적 연구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대학에서우리는 대학 본부의 눈치를 보며, 후배들에게 그릇된 학문을 전달해야 하는 것인가? 

  류 씨의 이야기는 성균관 대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 본부에 밉보여 강의권을 박탈당한 강사는 어느 대학이든 널려 있다. 류 씨의 강의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의 길거리 수업이 폐허 속에서 피어난 작은 들꽃처럼 우리에게 희망과 불굴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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