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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방학, 수강신청을 위해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던 필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번 2학기 문예창작학과에 배정된 강의실이 모두(단 한 과목도 빠짐없이) 대학원 건물이 아닌 아트센터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개강하자 실제로 모든 강의는 아트센터에서 이루어졌다. 2011년부터 기존 인문계열에서 예술계열로 변경된 문예창작학과는 이에 따라 등록금이 한 학기에 10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학과에서는 학교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이왕 예술계열로 이관된 것이라면 타 예술계열 학과들처럼 그에 준하는 실습실, 기자재실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실제로 문예창작학과에 지원된 것이라고는 단지 조교 1명을 확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강의실마저 대학원 건물에 배정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작은 공책 하나 펼쳐 놓으면 다른 책은 꺼내 볼 수도 없는 책상의자를 사용하고 있자니 분통이 터졌다. 이런 강의실을 대학원 수업에 배정하는 것은 동시에 펼쳐놓고 봐야 하는 책이 많은 대학원 수업의 특성을 간과한 일이다. 대학원 건물에서 단 하나의 강의도 배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대학원에서 쫓겨난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원우들의 항의로 몇몇 강의실은 같은 아트센터 내의 다른 강의실로 대체됐지만, 등록금을 더 많이 내고 이전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백번 생각해도 부당하다. 학과 조교의 말에 따르면 대학원지원팀에서는 “공간이 없다”며 대학원 건물의 강의실을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문예창작학과 수업이 진행됐던 강의실에서는 대체 무슨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까.

  대학원 건물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보다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조용히 연구할 만한 공간을 제공하고, 타 학과 원우들과 학문적 소통을 지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학교 측의 ‘공간 공개념’ 원칙이 과연 오랫동안 앓아온 고질적인 공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오히려 모두 따로따로 떨어져 각 학문 간의 소통과 교류가 사라지고, 한곳에 자리 잡고 진득하게 공부해야 할 원우들이 둥지 잃은 새처럼 캠퍼스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진 않을까. 곧 원우들을 위한 공간인 대학원은 사라지고 단지 ‘대학원’이라는 이름만 남는 아득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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