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영위하는 삶은 옛날 공상과학소설 속에서 그려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상전화와 GPS 기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고속철도 등은 공상과학소설에서 이미 예견한 미래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 또한 오늘날의 우주개발시대를 놀라우리만치 비슷하게 그려내고 있다. 쥘 베른은 19세기의 프랑스 작가로 <80일 간의 세계여행>(1873), <해저 2만리>(1869) 등의 공상과학소설로 현재까지 전 세계의 애독자를 열광시켜왔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배경은 남북전쟁이 끝난 미국으로, 포탄을 만들어 날리는 것에 삶의 의미를 둔 ‘포탄개발클럽’이 등장한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따분한 일상에 다시 전쟁을 그리워하다 급기야 그 해결책으로 ‘대포를 쏘아 달까지 날리는 것’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그들의 발표에 미 대륙은 흥분했고, 포탄을 타고 달까지 날아가겠다는 프랑스인까지 등장하게 된다.

포탄에 올라타 지구를 벗어난다는 쥘 베른의 상상은 오늘날 실현된 로켓 등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소연료를 태워 일으킨 강력한 폭발의 반동으로 대기권을 벗어날 추진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대포와 비교해도 무방하다. 또한 포탄이 달과 충돌할 때 생기는 충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작중 의문의 답으로 제시된 역분사 아이디어는 로켓의 착륙에 실제로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쥘 베른의 이 작품이 놀라운 점은 그가 그려내는 세계가 우주개발에 영감을 줬을 뿐 아니라 그것이 오늘날의 정세에 대한 예견으로도 이어졌다는 데에 있다. 미국 주도의 우주 개발을 인류의 꿈으로 포장하는 모습은 냉전시대의 우주개발 경쟁과 겹쳐 있으며, 전쟁광인 ‘포탄개발클럽’이 이에 깊이 관여하는 것 또한 의미심장한 풍자다. 그의 과학에 대한 애정과 창조적인 상상력은 이미 시대를 앞서 오늘날 과학의 시대를 예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황인찬 편집위원 | mirion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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