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곤 /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영화 <인사이더> (1999)
   영화 <인사이더> (1999)
영화 <인사이더>(마이클 만 감독, 1999)는 담배회사에서 쫓겨난 과학자와 CBS의 시사 프로그램 PD가 담배회사의 추악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담배회사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세간의 문제제기에도, 잘 나가는 로펌에다 막대한 소송비용을 붙이면 그만이다. 그들에겐 기밀을 폭로하려는 와이건 박사(러셀 크로)와 버그먼 PD(알 파치노)의 입을 막기 위한 폭력 행사도, 프로그램을 내보내려는 방송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막대한 금액의 광고와 소송으로 CBS를 위협하고 다른 언론사엔 와이건 박사에 관한 정보를 흘린다. 

사실 자본과 미디어 독점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많지 않다. 이는 자본집약적인 영화산업의 속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사이더>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우를 제외하면 미디어 기업과 광고의 관계는 영화 속 스토리에 은근히 숨겨져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인사이더>의 이야기는 단순명쾌하다. 거대 기업과 이들의 광고가 언론의 생존권을 쥐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언론사는 이제 교과서에서나 등장하는 것이다. 언론은 자본 앞에 자유와 사명을 내려놓았다. <인사이더>에서 주가 하락을 우려하던 CBS가 진실 앞에서 주저했던 것처럼, 언론의 ‘자기 검열’과 통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는 비교적 관찰과 감시가 가능한 영역이다. 더 큰 문제는 한층 은밀하게 진행되는 자본에 의한 검열과 통제다. 하나의 기업이기도 한 언론사는 생존, 즉 ‘먹고 사는 문제’와 맞물릴 때, 스스로 검열을 용인하기도 한다.

간접광고를 잔뜩 붙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 광고주 기업에 유리한 기사를 쓰는 언론의 현실은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에 묻히고 만다.

<인사이더>는 우리에게 알고 싶은 뉴스는 많아지는데, 볼 수 있는 뉴스는 줄어들 것이라 말하고 있다. 영화 속 언론의 모습은 우리 미디어 시장에 짙게 드리운 ‘그늘’과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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