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권 / 도시공학 도시설계 석사과정

대학원의 열람실과 연구실에는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다. 잠까지 줄여가며 그 안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본교 주최의 우수논문전이 몇 해 전 부정심사와 참여율 저조로 중단 되면서, 원우들의 연구 소통의 장은 더욱 협소해졌다. 본 기획에서는 원우들의 교내·외 우수논문을 선정하여 연구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나를 둘러싼 환경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이는 학부 시절, 좋은 설계를 하기 위해선 환경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하루에 한 번 스스로에게 하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무수히 바뀌는 과정에서 우연히 복잡계 이론을 마주하게 됐다.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의 관계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복잡계 이론은 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는 이론으로 도시계획 및 설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도시계획 및 설계는 나무줄기처럼 단순한 상관관계에 기초하여 왔다. 이로 인해 동적이기보다 정태적 이해에 주로 근거해왔다. 하지만 도시의 움직임은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서로 연결돼 하위체제 간에 상호작용을 통하여 변화한다. 따라서 개별적이고 대응적인 단순한 계획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앞으로의 도시계획 및 설계는 도시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의 관계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계획이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복잡계 이론을 적용한 도시계획 및 설계 프로젝트를 분석을 통해 도시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의 관계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도시계획 및 설계의 접근방법을 도출하고자 했다. 연구 방법은 크게 관련이론 고찰, 선행연구 검토, 분석의 틀 정립, 연구 결과 및 해석, 결론의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관련이론 부분에서는 복잡계 이론과 도시공간구조와 유형형태학을 고찰하였다. 선행연구 부분에서는 복잡계 이론을 적용한 도시·건축 관련 연구를 검토하였다. 분석 틀로는 복잡계 이론의 척도 없는 네트워크 도시공간구조를 계획하는 yo2그룹(김영준 도시건축설계사무소, 이하 yo2그룹)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복잡계와 yo2그룹의 도시계획 특징을 정성적 분석을 통해 비교 분석 및 연관성을 검증했다.

선정은 먼저, yo2그룹의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공간구조 위계별로 도시, 지구로 나누어 선정한다. 그 다음 선정 과정은 디자인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계획자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립하여 표현하는 다이어그램을 도시계획 및 설계의 체계별로 분류하였다. 분류된 다이어그램을 가시화해 yo2그룹의 도시계획을 단계적으로 겹치게 하는 방식을 통해 복잡계 이론을 적용한 도시계획 및 설계의 대안을 도출하였다.

복잡계 이론을 적용한 본 연구에서는 도시계획 및 설계의 연구 결과로 세 가지의 접근방법이 도출됐다. 첫 번째는 균형적 발전을 위해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사이트에 넓게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계 이론의 특징에서 주위 맥락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는 ‘자기 조직화’ 특징에 속한다.

이를 위해 용도 계획은 서로 다른 용도가 겹치는 곳에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을 분산시키도록 계획한다. 입지는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을 우선으로 하여 네트워크가 구축되도록 계획해야 한다. 다음으로 도로망 계획은 서로 다른 밀도계획 공간들이 겹치는 곳의 결절부들을 서로 연결한다. 이때, 위계가 다른 도로들이 겹치는 공간을 통해서 교통량이 분산되도록 해 효율적인 교통체계가 구축되도록 계획해야 한다. 보행 계획은 위계가 다른 보도들이 겹치는 곳에서 주요 기반시설까지 쉽게 도달하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오픈스페이스 계획은 도시건축물을 통한 입체적 계획으로 남은 여지를 확보하도록 계획한다. 

두 번째는 도시의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새로운 용도로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계 이론에서 다양한 성격들 간의 충돌로 새로운 것을 발현하는 ‘창발’적 특징에 속한다. 토지이용계획은 복합 용도의 도시건축물과 하부구조를 교차해 3차원으로 계획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용도가 중첩되면서 새로운 용도를 발생시킨다. 밀도계획에서 용적률은 도시경관 및 토지이용을 고려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은 대규모 블록 및 획지 구성을 지양하고 다양한 주거타입과 공공건물타입으로 계획한다. 이때, 각각의 다양한 기능군별로 정체성을 높여야 한다. 오픈스페이스 계획은 도시건축물의 활용과 3차원 복합용도계획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다양한 용도들이 모여 있어 도시의 원동력이 돼주고 효율적으로 상호 보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도시의 상황을 시간 범위로 기준하여 설정한 동태적인 분석이다. 이는 복잡계 특징 중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비선형’적 특징에 속한다. 도시의 형태보다는 도시의 맥락에 맞는 유연한 운영을 통해 성장관리수법, 단계적 계획으로 수립돼야 한다. 이때, 도시 생애주기에 따른 사전·사후관리체계를 계획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주체별로 관리되도록 계획하여야 한다. 따라서 소수의 도시계획가에 의한 도시계획을 지양하고 다수의 시민에 의한 도시계획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공공적 투자지역과 보존지역을 정부가 계획하고 나머지 부분은 시민들의 사회적 의식수준과 요구조건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복잡계 이론을 적용한 도시계획 및 설계는 정보나열, 현상표현, 관계분석, 복잡한 패턴의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 주변 영향에 도시의 반응을 예측하는 열역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확률론적이고 진화론적인 척도 없는 네트워크 도시공간구조를 제안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복잡계 이론을 적용해 도시계획 및 설계 프로젝트를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도시의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합리적인 도시계획 및 설계의 기반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연구이다. 앞으로 국내 학자들의 복잡계 이론을 적용한 도시계획 및 설계는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및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논문은 ‘2011년 도시설계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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