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맨더빌(1670-1733)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도덕철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풍자시집<투덜대는 벌집>(1705)을 보완해 <꿀벌의 우화>(1723)를 발표했다. 이는 당시 영국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이 저서로 인해 그는 ‘인간 악마(Man+Devil)’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된다. 1600년대 말과 1700년대 초 영국은 상업혁명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상인 세력으로 인해 상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던 시기였다. 당시 영국을 지배한 도덕의 강요는 소지주이면서 당대 지식인이기도 했던 향신계층의 주도로 일어났다. 그 무렵 사람들은 금욕, 겸손, 연민, 자선, 자기희생, 공공심 등을 미덕으로 꼽으며 칭송했다. 그러나 맨더빌은 “욕심을 나쁜 것으로 쳐서 금욕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에 따라야 미덕을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을 비판했다. 정신병을 연구한 그는, 사람이란 감성적이므로 자연스럽게 이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악덕 때문에 잘 살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위선을 벗겨내고 참모습을 알리고자 했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꿀벌의 우화>의 부제인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은 맨더빌의 주장을 잘 요약한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1720-1790)는 <도덕감정론>(1759)을 통해 맨더빌의 주장을 비판하면서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물론 맨더빌은 스미스와 같이 경제이론을 정립하지는 못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적으로 해석되는 스미스의 자유방임론이지만, 맨더빌의 중산주의와 비교하면 오히려 정부와 대기업의 유착을 반대하며 자유무역을 통한 무역독점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에 가깝다. 즉, 스미스는 개인의 욕심을 이용하여 독점 없이 부국을 이루고자 했다. 산업혁명 초기와 오늘날의 상황을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위의 설명은 정치인과 재산가 집단이 만들어낸 신자유주의가 맨더빌의 중상주의에 더 가깝다는 근거로 삼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민지 편집위원 | amber.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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