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균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벨기에의 신부 르메뜨르는 대폭발 우주론의 아버지이다. 1927년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과 당시 알려진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우주는 작은 원자 크기(원시 원자)에서 시작됐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오늘날 빅뱅 우주론으로 알려진 가설의 시초이다. 

우주론은 우주의 구조와 상태를 밝히고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주론은 보통 ‘이론 우주론’과 ‘관측 우주론’으로 나누지만 이 둘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론 우주론에서는 관측 결과를 설명하거나 현상을 예측하는 이론을 확립한다. 관측 우주론에서는 전파 망원경, 적외선 망원경, 광학 망원경, 자외선 망원경, 엑스선 망원경, 감마선 망원경 등의 관측기기를 사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천체와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고, 그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를 이론과 비교함으로써 우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이끌어낸다.

현재까지 밝혀진 우주의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우주에는 은하가 존재한다. 은하는 별, 성간물질, 빛, 암흑 물질 등을 포함해 천 억 개 정도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항성계이다. 2)우주에는 우주배경복사가 존재한다. 우주배경복사는 흑체복사이며 온도는 2.7K이다(우주배경복사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절대 온도 2.7K의 마이크로파가 날아오는 현상을 뜻하며, 흑체복사란 물체에 빛을 주거나 빛을 산란, 반사 따위의 어떠한 행위도 가하지 않았을 때 오로지 온도의 변화로 인해 물체가 빛을 흡수한 뒤 빛을 재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3)은하의 공간적 분포는 큰 규모에서는 균일하고 등방적이며 작은 규모에서는 비균일하고 비등방적이다. 4)우주배경복사 지도에서 지역에 따라 온도가 10만 분의 1 정도 변한다. 5)우주는 오늘날 가속팽창하고 있다. 6)먼 우주에 은하와 함께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존재한다.

이런 관측 사실로부터 다음과 같은 점을 알아냈다. 우주의 구성 성분은 배리온, 암흑물질, 그리고 암흑에너지이다. 배리온은 보통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며 우주 질량 전체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빛을 내는 것은 1% 미만이다. 즉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암흑물질은 전혀 보이지 않는 물질로서 우주 질량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중력과 반대로 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신기한 에너지인데 우주의 72%를 채우고 있다.

현재까지 관측된 우주의 특성은 뜨거운 대폭발 우주론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우주에 있는 거대 구조의 형성과 진화는 차가운 암흑물질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대 우주론에서 밝혀진 우주의 형성과 진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주는 137억 년 전에 대폭발로 시작했으며, 직후에 매우 짧은 동안 급팽창을 하였다. 급팽창 이후 우주는 서서히 팽창했다. 대폭발 후 3분 이내에 수소와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빛과 물질이 섞여 있다가 38만 년이 지나자 빛과 물질이 분리돼 우주배경복사가 나오게 됐다. 밀도 요동은 양자 요동으로 생겼으며 이 때문에 우주배경복사에서 온도 요동이 각인됐다. 우주가 팽창하는 가운데 이 밀도요동이 중력 때문에 자라면서 10억 년이 지나기 전에 은하들과 별들이 만들어졌다. 은하들이 합쳐지면서 거대 은하나 은하단과 같은 거대 구조들이 만들어졌다. 우리 은하의 태양계와 지구는 46억 년 전에 탄생하여 현재까지 가속 팽창하고 있다. 우주의 곡률은 0으로서 우주는 편평 공간이다(우주의 곡률이란 우주가 휘어진 정도를 말하며 그 휘어진 정도에 따라 우주의 최후가 다르다. 곡률이 0이거나 음수라면 끝없이 팽창하여 열사하고, 양수라면 팽창속도가 감소하여 어느 순간부터 수축하게 된다).

우주론은 최근에 다양한 관측 기기와 컴퓨터의 발전에 힘입어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과거의 우주론 연구에서는 대부분 추론에만 의존했지만 오늘날에는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져 이제는 정밀 우주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난제가 남아있다.

첫째, 암흑물질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이론적으로 다양한 후보들이 제시됐으나 아직도 무엇이 암흑물질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뉴턴 역학을 약간 수정하면 암흑물질의 존재가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참고로 암흑물질은 보통 은하에서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태양계에는 암흑물질의 양이 무시해도 될 정도다.

둘째,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정체를 아직도 알 수 없어 전 세계의 천문학자와 물리학들이 이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공간의 특성인 진공에너지, 음의 압력을 행사하는 제5물질 등이 후보로 제안됐으나 아직 검증된 바 없다. 

셋째, 우주에서 최초로 형성된 천체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대폭발 이후 4억 년쯤 됐을 때 태어난 별은 무거운 원소가 없으며 보통 별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아직 관측된 바 없다. 이를 발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대형 우주망원경과 거대 지상 망원경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의 대부분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로 차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이렇게 많은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정체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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