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기획문화
생성의 스토리텔링서성은 / 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유하은 편집위원  |  joys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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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호]
승인 2011.05.31  15: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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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은 인류의 극(劇) 양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관람해야 하는 과거의 미디어와는 대조적으로, 사용자는 이제 미디어 객체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됐다.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이러한 상호작용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극 양식을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많은 관심과 실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참여와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수용자의 적극적인 의미 창출을 지원하고, 동일한 사건에 대한 다각적 해석을 통해 객관성과 깊이를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상호작용성과 극적인 서사 경험을 조화시키는 데 실패해 대중성과 상업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게임은 상호작용하는 놀이 매체로 출발했지만,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등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서사 매체로 기능하고 있다. MMORPG는 온라인 게임 시장의 발전을 추동해 온 대표적 장르로, 수천 명 이상의 사용자가 동시에 게임 속의 가상 세계에 접속해 마치 역할극의 배우처럼 각자의 역할을 맡아 움직이는 게임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완결된 스토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태로 존재하다가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새롭게 ‘생성’된다.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사용자 참여를 통한 생성의 스토리텔링이다.

   

 ▲<마리카에 관한 진실 The Truth about Marika>(SVT, 2007)

     

   2007년 스웨덴에서 방송된 인터랙티브 드라마 <마리카에 관한 진실>은 게임 스토리텔링을 TV드라마에 도입한 혁신적인 사례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는 게임회사와 함께 새로운 개념의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제작했다. 결혼식 날 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신부 ‘마리카’의 행방을 시청자와 제작진이 함께 찾아나서는 내용인 이 작품은 매주 1회씩 총 5회에 걸쳐 방송된 TV 드라마 시리즈인 동시에 웹과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리얼리티 게임이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 모바일 등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를 총동원해서 전개된 스토리텔링은 드라마가 아닌 차라리 라이브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었다.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마리카의 실종 뒤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련 웹사이트를 방문했으며, 수백만 건의 채팅과 수천 건의 동영상, 사진이 게시됐다. 그것은 실로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양식이었다. 드라마와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그것은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선에서 맛본 최고의 경험이었다. 이야기를 말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마리카에 관한 진실>은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을 위해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와의 융합을 시도했다. 이른바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이었다.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스토리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위한 자체 제작 블로그를 비롯해 유튜브, 플리커, 트위터 등이 동원됐다. 웹페이지 뿐만 아니라 휴대폰, GPS까지도 퀘스트 수행을 위한 도구로 동원됐다. 또한 SVT는 게임회사와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엔트로피아>라는 MMORPG를 별도로 제작했다. 사용자들은 이곳에서 관련 퀘스트를 수행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만나서 제작진이 제시한 암호해독법을 교류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상호작용을 통해 ‘마리카의 실종 사건’이라는 가상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인터페이스를 통해 물리적으로도 그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적극적인 참여자들은 실제로 스톡홀름, 고센버그 등 스웨덴의 주요 도시를 찾아다니며 퀘스트를 수행했고, 이러한 활동이 TV시리즈에 반영되기도 했다. 컴퓨터 스크린에 담긴 단일하고 고정된 세계를 벗어나 현실 공간으로 무한히 확장함으로써 컴퓨터와 현실을 관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탐험과 모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서사 양식으로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중이다. 2008년 호주에서는 <Scorched>라는 제목의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제작 방송했다. 근 미래 최악의 물부족 사태에 직면한 호주 시드니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연계돼 물부족 이슈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냈다. 2010년 역시 호주에서 제작된 <Immigration Nation>은 1960년대 시행된 백인 위주의 이민정책 ‘백호주의’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로, 도발적인 주제를 국가적인 토론으로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TV, 라디오, 인터넷, 아웃리치라는 4개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 방송됐다. 한편 2010년 프랑스의 공영방송 Arte TV에서는 과감히 TV를 포기하고, 오직 온라인에서만 방송되는 웹 픽션 <ADDICTS>를 제작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 세계적인 수준의 인터넷 환경과 스마트폰, 스마트TV에 관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제작에 있어 다소 소극적이다. 기껏해야 모바일을 이용한 문자투표, 트위터를 이용한 인터뷰와 토론 참여 정도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굳이 찾으려면 시청자들의 트위터 참여를 바탕으로 다음 차수의 극본을 써내려가는 tvN <롤러코스터>의 ‘트위터극장’코너 정도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다시 <마리카에 관한 진실>로 돌아보자. 드라마를 보고 ‘진실’을 찾아 웹으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주인공은 “진실은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실은 직접 참여해서 ‘행동’하고 다른 이들과 연대해서 ‘살아갈 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어떤 ‘읽기’도 ‘직접 경험’에 비할 수는 없다. 상상된 현실 속에서의 행동의 즐거움, 사용자 참여를 통한 무한한 변형가능성이야말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힘이며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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