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형 / 문화연구학과 석사수료

  성매매가 여성의 성을 착취하고 상품화한다는 견지에서 반성매매운동을 해왔던 여성단체들에게,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은 하나의 진보였다. 그러나 성특법이 시행되자마자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은 스스로를 ‘피해자’가 아닌 ‘성노동자’라 주장하며 농성을 벌였고, 집창촌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다른 종류의 업종들이 생겨나 붐을 이루었다. 성특법 시행 후에도 집창촌 화재 사건이나 집창촌 철거로 인한 자살 등으로 성매매여성들이 사망했고, 법 집행과정에서는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소비 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성노동자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였고, 남성 성노동자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특법 시행 후 청량리나 용산 등 재개발 지역에서 집창촌은 일순위로 철거의 대상이 됐다. 여성단체의 성매매 근절의지와 지자체의 재개발 의지가 서로에게 힘을 보태주었던 것이다. ‘2020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영등포에서도 비슷한 탄압을 목격할 수 있다. 지난 3,4월 경찰이 영등포 집창촌을 폐쇄하려 들자 이곳 성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며, 이는 5월 각 지역 성노동자들의 궐기대회로 이어졌다. 영등포 사건은 집창촌과 같은 불온한 공간을 밀어냄으로써 자기 주위의 공간 환경을 정화하려는 부르주아의 욕망을 보여준다.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쇼핑몰과 거기에서 팔리는 상품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비난을 가할 수 없지만, 집창촌의 유리방과 거기에서 파는 성 서비스, 그곳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들에게는 ‘비도덕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둘을 가르는 유일한 코드는 ‘성’(sex)이다.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드는 서비스노동은 괜찮지만,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노동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여성단체의 반성매매 의지는 결국 비슷한 논리를 배경으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사이좋게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매춘인을 부도덕한 자들로 낙인찍고 성특법이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동안, 자본과 국가권력은 모종의 담합을 통해 매춘인이나 홈리스 같은 도시의 약자들을 쫓아내고 그 공간에 화려한 새 건물을 지어 이득을 취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성노동자들을 낙인찍고 피해자화하여 결국은 우리 모두에 대한 착취를 가중시키는 일들을 도울 것인가. ‘성노동자운동’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는 운동으로써, 또한 국가와 자본에 의해 타자화 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운동으로써 지지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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