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서울시는 “보행 신호등 화면의 사람이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남녀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신호등 교체 제안서를 경찰청에 제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픽토그램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책정된 예산규모가 방대할 뿐 아니라, 제안서의 픽토그램이 여성을 치마와 긴 머리로 재현하고 있어 남녀평등 실현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기 때문이다.

    만화가 주호민 씨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보행신호에 남자와 여자, 바지를 입은 머리가 짧은 여자, 장애인과 노인, 개가 등장한 “본격신호등만화”라는 제목의 패러디 작품을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noizemasta)에 올렸으며, 만화가 티백도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machos)에 가슴이 크고 몸매가 날씬한 여성이 등장한 신호등을 그려 서울시의 황당한 발상을 조롱했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는 아이디 ‘하우디호’가 올린 신호등 패러디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을 본 네티즌들은 ‘젊은이만 있느냐, 할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다’부터 ‘사람만이 아니다, 우리 애완견도 횡단보도 건넌다’는 주장에 ‘개만 애완동물이냐, 고양이도 넣어달라’까지 다양한 요청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도심에 가끔씩 내려와 배회하다 총 맞거나 생포되는 멧돼지도 넣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에 결국 아기가 탄 유모차를 끌고가는 할머니와 손수레, 자전거, 가방을 맨 사람, 멧돼지 등까지 등장한 방대한 크기의 신호등이 탄생하게 됐다. 댓글에는 ‘지구를 통째로 그리자’, ‘외계인은 차별하냐’는 등의 의견이 끊임없이 올라오며 계속해서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하은 편집위원  joys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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