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의 형성과 변천

 

지난 달 23일 서라벌홀 첨단강의실에서 SSK ‘문화경제의 형성과 변천’ 연구진 제1회 학술심포지움 <현대자본주의의 변화와 문화경제의 형성>이 열렸다. SSK(한국사회기반연구사업)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연구지원 제도로 사회과학발전 방안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날 주은우 교수(사회학과·문화연구학과), 서동진 교수(계원디자인예술대학 인문학부), 강내희 교수(영문학과·문화연구학과)가 각각 논문을 발표했다.

주은우 교수는 ‘왜 문화경제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20세기 후반 이래 자본주의 세계에서 두드러지게 진행돼 온 ‘문화와 경제의 융합’ 과정과 이로 인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격 변화를 ‘문화경제’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화적·경제적 변동이 초래한 주체성의 변형을 추적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화와 경제의 융합 현상, 문화와 경제의 경계가 소멸하고 탈분화되는 경향에 집중하여 이론적 틀을 정립하고자 하는 기획이다. ‘문화’와 ‘경제’ 융합의 한 예로 미술시장 형성을 들 수 있다. 아트페어의 성황, ‘아트펀드’라는 금융상품의 등장에 미루어 볼 때 미술의 금융화는 상당히 진행됐다. 이는 문화와 경제의 일치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담론에서, 21세기 인간의 존재조건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의 출현으로 목격된다. 이를 주체성의 변형이라고 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의 성격’을 해명하려는 연구라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두 번째로 서동진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서 교수는 문화연구기획에 대한 비판의 지점이었던 선행 문화연구에서의 ‘문화와 경제관계를 분절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가지는 난점들을 살폈다. “문화연구가 반자본주의의 이론적 기획이라는 점에서 모두 동일한 정치적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강내희 교수는 ‘미래 할인의 관행과 일상문화의 변화’라는 주제로 오늘날 ‘경제적 이성’의 지배로 인한 계산적 태도와 관행의 만연을 ‘미래 할인 관행 확산’을 통해 분석해 보고자 했다. 미래 할인은 ‘현재 내 수중에 있는 만 원을 지금 사용하면 그만큼의 효용을 얻지만, 1년 후의 만 원은 현재 효용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만 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관한 위험도 포함된다. 이는 현재를 미래보다 우위에 두는 시간의 경제가 작동한 것으로, 현재 시간과 재화를 선호하는 태도가 자본의 회전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생산과 소비부분에서의 가속화 경향이 일상문화의 직조를 크게 바꾼다”는 것이 강내희 교수의 주장이다.

신병현 교수(홍익대 경영학과)는 “고용 및 비정규직과 관련된 정책적 논쟁을 벌이기 위해서라도 문화경제의 이론적 논의가 중요”하다며 “이를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 가치, 물질영역, 공론영역에 대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민지 편집위원 | amber.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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