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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원내 흡연공간에 대한 문제는 계속 언급돼 왔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가시적인 변화가 생겼다. 애초 건물 앞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은 도의적인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강제성을 띄게 됐다. 대학원 건물 앞에 놓여있던 쓰레기통이 건물 왼편 벤치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많은 원우들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이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

사실 대학원에는 마땅히 휴식공간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기껏해야 로비의 다소 지저분한 의자와 야외의 벤치가 전부다. 그 중 야외 벤치의 경우, 원우들이 간단한 식사나 대화를 나누는데 이용하던 곳으로 그 규모에 비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던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묘한 공간이 돼버렸다. 거대한 쓰레기통이 덜컥 들어서게 된 것이다. 우리의 휴식공간은 담배를 피기에도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부담스러운 이상한 곳이 돼버렸다. 종국 누구도 편히 사용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일을 진행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실행에 앞서 먼저 이용 실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흡연자의 권리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면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흡연할 공간을 없애버리는 것도 실로 대책 없는 생각이다. 무턱대고 치운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특히나 담배는 기호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현재 서울 시내에만 나가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쓰레기통을 찾으려 해도 그리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지 않고 버리는 자를 몰지각하다며 비난하고 단속한다. 논리상으로 누가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행태야말로 나는 정말 꽉 막혀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면면은 철저하게 미국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종과 계층 간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길을 막아놓고는 정의는 이거라며 불평하지 말라는 식이다.

필경 나 또한 흡연자이기 때문에 울분을 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나는 흡연자다. 하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시람들이 간접흡연 하는 걸 원치 않는다. 요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편 갈라 한 쪽의 논리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중요한 것은 배려가 아닌가.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한 쪽의 말만 듣지 말고, 모두가 각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원생씩이나 돼서 흑백논리는 온당하지 못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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