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 해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번 작전이 알카에다와의 싸움에서 이뤄낸 최대의 성과라면서 “이로써 알카에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정의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지도자로 있었던 알카에다가 배후로 지목되는 9·11테러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미국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로 인해 미국사회 안팎에 많은 충격과 공포를 가져온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런 혼란을 단지 ‘희생자의 나라’ 미국 내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시 전 미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 국제 사회의 역학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미국의 대테러 전쟁으로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무슬림 사회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오바마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 사회가 자신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폭력을 거침없이 행사했던 시절을 “분열하지 않는 하나의 나라, 자유와 정의를 누리는 미국”으로 명명하면서 그 시절을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만만함은, 정의를 이뤄냈다는 그들의 오만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빈 라덴 사살과 그에 대한 지지와 환호를 바라보며 국제사회는 이미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빈 라덴이 무장하고 있었으며, 마지막까지 총을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백악관의 최초 보도와 달리 현장에 있었던 알카에다 요원들 중 단 한명만이 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곳을 벗어날 여지가 없었던 빈 라덴은 생포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사살당한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빈 라덴을 생포해 법정에 세우지 않고 현장에서 사살한 것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엔 인권기구대표 나비 필레이는 “어떠한 대테러리즘 작전에서라도 국제법을 존중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전 독일 총리 헬무트 슈미트는 “빈 라덴 사살은 아랍세계의 불안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미국의 행동을 비판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적을 제거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번 작전이 국제법과 인권협약을 위반한 것은 두말의 여지가 없는 듯 보인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회를 재단하고,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심판하고 행동하는 일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빈 라덴 작전은 정의가 실현을 보여줬다기보다 법질서가 무너진, 다시 한 번 미국이란 패권국가의 힘과 권력을 확인하는 사건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